천부적인 재능과 성실함, 자신에 대한 끝없는 연구
지난 2006년, 일본의 간판타자 스즈키 이치로(34‧시애틀 매리너스)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두고, “앞으로 30년간 이길 생각이 들지 못하게 하겠다”며 많은 한국팬들에게 분노와 질타를 동시에 들어야만 했다.
당시 그가 언론에 내뱉은 한국야구 폄하 발언이나 자국야구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의 야구수준에 대한 무시는 나름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 즉 일본과 미국야구를 평정할 수 있었던 비결과 그의 야구철학을 엿보면 ‘야구선수 이치로’는 천재적인 재능과 선수 스스로의 노력이 만들어낸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다.
야구선수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179cm의 키와 70kg이 조금 넘는 신체적 불리함을 딛고 최고의 1번타자로 우뚝 선 이치로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1993년 일본 퍼시픽리그 소속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한 이치로는 미국진출 이전까지(2000년) 총 8년간 통산 981경기에 출전, 3619타수 1278안타 118홈런 529타점 658득점 3할 5푼 3리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리드오프로서의 중요한 척도인 출루율은 루키시즌(43경기 출장이 전부)을 제외하고는 4할 이하로 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0년에는 철저하게 콘택트 위주의 타법을 고수, 3할 8푼 7리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더 이상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할 이유를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염원대로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노모 히데오, 가즈히로 사사키 등 자국리그의 정상급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치로는 타자였다.
‘제구력 위주의 일본과는 달리 강력한 페스트볼을 뿌려대는 미국에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의견과 ‘맞추는 재주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라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의견 대립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치로는 메이저 루키시즌이던 2001년, 157게임에 출전해 타율 0.350 8홈런 69타점 127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신인왕과 아메리칸리그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게다가 시즌 내내 ‘이치로 열풍’을 일으키며 소속팀을 116승(승률 0.716)의 어마어마한 성적으로 이끈 점은 단연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다.
이치로는 큰 스윙을 철저하게 버리고 콘택트 위주의 콤팩트한 타격과 좌타자의 잇점, 그리고 빠른 발을 이용해 내야안타 생산능력까지 보여줬다.
이후에도 이치로의 활약은 계속 됐고 지난 2004년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바로 1920년 조지 시즐러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안타(257개)기록을 84년 만에 갈아 치워 버린 것(262안타).
지금까지 이치로는 7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과 200안타 이상의 기록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앞다리가 나가면서 타격을 하는 웨이프 시프트의 전형적인 타격 폼
이치로는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맞는 ‘최적화된 타격자세’와 어디에서 뛰던, 그리고 어떠한 위치에 있던 ‘난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과 노력의 결실로 성공의 기쁨을 맞볼 수 있었다.
교과서적인 웨이프 시프트 타격자세[weight shift](타격준비 동작에서 좁게 양다리를 모았다가 앞발을 앞으로 뻗으면서 치는 타격)에서 나오는 일명 ‘시계추 타법’과 공의 구질 및 코스를 가리지 않고 쳐대는 빠른 순발력, 그리고 상대하는 투수마다 각각 자유롭게 히팅 포인트를 잡아내는 그의 방망이 솜씨는 타격 이론적 측면에서 놓고 봐도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평소 그가 말한 “무언가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든가 “주변에서는 나의 변화, 그리고 새로운 리그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직도 나의 능력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난 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오로지 노력할 뿐이다”라며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들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과거 그가 내뱉은 발언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상당히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노력하며 실천하는 그에게 충분히 칭찬해줄 이유도 분명 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선보이는 색다른 리드오프 타자의 접근방식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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