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 전설의 역사 속으로 ②
마치 생고무를 연상시키듯 통통 튀는 탄력과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운동신경을 자랑하는 ´리얼 동 킹콩´ 케빈랜들맨(37·미국).
성적에서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많았으나 캐릭터라는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프라이드에 상당한 족적을 남긴 파이터다.
우람한 근육질의 레슬러답게 강한 파워를 바탕으로 일명 ‘묻지 마 태클’이 특기인 랜들맨은 야수의 본능이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되는 순간적인 움직임과 전문타격가 조차도 뒤로 물러나게 할 어마어마한 핸드스피드는 그야말로 경이로울 정도.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임팩트에서는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밀한 테크닉의 부재 및 노련함의 결여로 인해 기대만큼의 승수는 올리지 못했다.
단순한 공격패턴과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부족 등 항상 지적되는 문제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선천적으로 좋은 소질을 타고 났음에도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수년 전부터 그의 가치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으며 설상가상 최근에는 포도상구균감염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과거 폐 수술을 받은데 이어 또다시 육체적으로 심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개성으로 똘똘 뭉친 ‘리얼 동 킹콩’
랜들맨하면 떠오르는 기술이 바로 그라운드 니킥(ground knee kick)이다.
‘텍사스 광마(狂馬)’ 히스 헤링과 함께 이 기술을 곧잘 구사했던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다채로운 동작 등을 통해 수많은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트리곤 했다.
프라이드의 몰락과 함께 랜들맨의 ‘명품’ 기술을 보기 힘들어졌다는 것도 많은 팬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라운드 니킥 자체만을 놓고 따진다면 능숙함이나 안정성에서 그에 못지않은 파이터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나, 랜들맨에게서 가끔 나오는 기술은 도저히 그가 아니면 흉내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탄성을 터지게 만든다.
특히 상대방을 누른 자세에서 90도에 육박할 정도로 몸을 솟구쳐 그대로 낙하, 좌우를 교차해 내리찍는 무릎공격은 랜들맨만의 고유명품으로 손꼽힌다. 뛰어난 운동신경에 선천적으로 타고난 고탄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기술.
태클능력은 뛰어나지만 이후 그라운드 상태에서의 대처가 미흡한 랜들맨임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이 위력적인 그라운드 니킥은 프라이드시절의 임팩트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프라이드의 대표적인 두 야수 랜들맨(사진 좌)과 퀸튼 잭슨, 랜들맨의 엄청난 등근육과 문신이 인상적이다
최고의 임팩트, 광란의 2004년
많은 격투 팬들의 뇌리 속에 랜들맨의 절정기는 2004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랜들맨은 그 해 4경기에서 1승3패의 성적을 거뒀다. 어찌 보면 다소 이해 안 되는 절정기다. 단순히 성적만을 놓고 따진다면 11경기에서 8승 3패를 기록했던 1996년에서 1999년을 거론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당시 랜들맨은 UVF, UFC 무대 등에서 뛰며 댄 보비시, 모리스 스미스 등 당대의 스타들을 눌러왔다.
하지만 2004년 그와 경기를 가졌던 선수들은 미르코 크로캅 -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 론 워터맨 - 미르코 크로캅 순이었다.
특히 초반 2경기의 위력은 가공할만했는데 크로캅을 넉 아웃으로 잡아낸 것을 비롯해 ‘황제’ 효도르마저 꺾을 수 있었다. 라이트헤비급과 헤비급을 전전하던 단신의 파이터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랜들맨의 임팩트는 강렬하기 그지없었다.
´불꽃하이킥´ 크로캅 사냥은 랜들맨의 격투 인생 속에서도 큰 훈장이다. 당시 크로캅은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에게 역전패 당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기를 화끈하게 잡아냈다. 하지만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크로캅을 상대로 랜들맨은 그래플링도 아닌 타격으로 승리를 따냈다.
크로캅이 하이킥을 차는 타이밍에서 기가 막힌 카운터펀치를 날렸던 것이 승리의 요인으로 비록 어느 정도 운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대다수. 그러나 그 짧은 순간을 정확하게 캐치해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은 랜들맨만의 선천적 능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랜들맨(사진 우)은 미르코 크로캅과 2004년 2차례 격돌, 1승1패를 주고 받았다
이후 수많은 팬들은 랜들맨의 다음 상대로 효도르를 원했고 엄청난 열기 속에 드디어 매치가 이뤄졌다. 이미 크로캅의 방심을 지켜본 효도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랜들맨에게 승산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랜들맨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는 점이 변수였다.
물론 결과는 랜들맨의 완패였다. 하지만 랜들맨은 그날 효도르를 구석으로 밀어붙인 후 클린치 공방전 중에 그립을 완성시켜 저먼 스플렉스라는 어마어마한 기술을 성공시켰다.
파워와 테크닉은 물론 탄력과 유연성까지 받쳐줘야 되는 저먼 스플렉스는 프로레슬링이 아닌 종합격투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술이다. 웬만큼 수준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상대의 엄청난 저항을 뚫고 구사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들맨은 성공시켰다. 더욱이 무결점 파이터 효도르를 상대로.
물론 효도르는 상식 밖의 유연한 육체와 낙법, 그리고 이후 신속한 움직임 등으로 상황을 역전시켰지만 지금도 이 장면은 프라이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정도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관련기사]
☞ 크로캅-바넷, 프라이드 마지막 프라이드(상)
데일리안 스포츠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