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서 있는 유니콘스 팬들

입력 2008.02.13 08: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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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의 제8구단 창단으로 현대 유니콘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센테니얼이 불안한 행보를 계속하며 현대 팬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지만, 창단이 불발되는 최악의 사태가 온다고 해도 이미 해체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 유니콘스가 다시 프로야구에 합류할 가능성은 사라진 상태다. 12년의 ‘유니콘스 역사’는 사실상 마감한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하이닉스야구장에서 훈련 중인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


기로에 서있는 현대 유니콘스 팬들

새 구단의 주인 센테니얼이 해결해 나가야 할 각종 문제 가운데 ‘현대 팬들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야구팬들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정상적인 인수라면 기존 팬들을 흡수함과 동시에 창단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센테니얼은 연고지를 옮기면서 승계가 아닌 완전 해체 후 창단을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에 기존 팬들의 많은 이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의지를 밝힌 뒤 김시진 감독을 해임하는 등 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팬흡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 선수들 대부분이 새 구단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한 가닥 기대를 걸 수 있지만, 각종 사안에서 불안한 행보로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그 효과가 어느 정도나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센테니얼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는 현대 유니콘스 팬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8년 전 인천을 등진 현대를 따라 떠났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다시 기로에 서있다.


“유니콘스 팬이어서 죄송했습니다.”

1995년 9월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하고 1996년 창단해 프로야구에 뛰어든 현대 유니콘스는 지독한 상실감에 빠져있던 인천 팬들에게 처음으로 우승을 안겨준 구단이었다.

처음으로 인천 시민들에게 절대 강자를 응원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준 것이다.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인해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삼미 슈퍼스타즈’나 ‘청보 핀토스’를 보아왔던 연고지 팬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2000년 현대가 인천을 떠나갔을 때 팬들에게는 두 가지 길이 놓여있었다. 현대가 선물했던 달콤한 기억들을 끝내 지우지 못했던 사람들은 정처 없는 방랑자의 길을 택했고, 배신감에 치를 떨며 등을 돌린 사람들은 새로운 인천 구단 SK 와이번스에 남았다.

그러나 SK의 절대과제가 ‘현대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었을 만큼, 남아있는 팬들에게도 현대는 쉽게 잊히지 않는 이름이었다. SK에게는 인천 팬들에게 현대의 강렬함을 뛰어넘는 우승을 선물할 필요가 있었다.

2007년 SK는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며 현대 그림자를 지우는 데 성공을 했다. 꼬박 8년이 걸렸다. 인천이 온통 축제의 함성으로 뒤덮였던 그해 늦가을. 현대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밉다고 했지, 누가 사라지라고 했냐.”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는 현대를 보며 SK팬이 내던진 말이다.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는 응어리였다.

현대를 따라 떠났던 사람들. ‘현대 유니콘스 팬‘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사람들. 그들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더 이상 목 놓아 외쳐댈 이름이 사라져 버렸다.

새로운 구단이 그들을 보듬지 못한다면, 새로운 응원팀을 찾아 떠나거나 혹은 프로야구를 떠날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그들이 이 같은 갈림길에 놓였던 것이 벌써 두 번째다.

“유니콘스 팬이어서 죄송했습니다.” 현대 팬이 남긴 글이다.

프로야구를 미칠 듯이 사랑한 것밖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들. 적은 관중으로인해 더 큰소리로 ‘유니콘스’를 외쳐야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프로야구에서 가장 강렬한 이름이었던 현대 유니콘스. 그리고 유니콘스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 쉽지는 않겠지만, 이들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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