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트럼프 “이란 전쟁 탓에 졌지만 후회 없다…헤그세스 교체 없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11.05 06:56  수정 2026.11.0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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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간선거 참패에도 국정쇄신에 선 그어

“이란전 탓 유가 상승, 선거 패배에 영향” 인정

민주당 탄핵 추진 가능성엔 “파멸시킬 것” 경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장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이란전쟁을 지목하면서도 전쟁의 정당성을 고수하고 국방장관 교체 등 국정 쇄신에는 선을 그었다.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전쟁을 주도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교체를 일축하고 군사작전 자체가 불가피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전쟁이 중간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는 JD 밴스 부통령의 분석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맞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단기적으로 조금 올랐다”며 고유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했다.


밴스 부통령의 진단은 훨씬 직설적이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우리가 패배한 이유는 전쟁 때문”이라며 “상원 의석을 향후 6년간 잃는 대가를 치를 만큼 전쟁이 가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밝혔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전쟁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해야 한다면 다시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그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에도 “나는 옳은 일을 했다. 다시 하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 가능성도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수행을 둘러싸고 비판받는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교체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는 아주 잘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탈환하면서 헤그세스 장관의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측근에 대한 신임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 추진 가능성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이 그렇게 한다면 민주당을 파멸시킬 것”이라며 “아무 이유도 없는 탄핵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나라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탄핵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나에게는 거부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고 탄핵까지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탄핵 추진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극심한 정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도 후보들에게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면 이겼을 것”이라며 “유세 현장의 열기는 엄청났지만 그 열기를 후보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나의 패배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39차례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출마한 것처럼 투표하라고 독려했다면서도 패배 이후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참패 다음 날 첫 공개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당초 공개 일정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장에 예고 없이 등장했다. 그는 20분 가까이 공사 성과를 자랑하며 자신이 서명한 마지막 철제빔이 설치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이나 국정 쇄신 메시지보다 자신의 역점 사업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이다.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개표 파티에 참석한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가 민주당이 가장 열세로 꼽혔던 이곳에서 승리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답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하루 전인 2일에도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 ‘리플렉팅 풀’(반사연못)을 찾아 개보수 성과를 장시간 홍보했다. 당시에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생과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시설 공사 성과를 자랑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AP는 유권자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4명에 그쳤고, 약 3분의 2는 그의 국정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란 전쟁과 생활비 부담, 행정부의 권한 남용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태세다.


공화당이 상·하원 통제권을 모두 잃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측근을 감싸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과 백악관의 인식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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