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키즈, 한·일 동시 데뷔 이어 이번 주 서울 팬미팅
일본 시장 개척서 현지화 팀 제작으로…달라진 진출 방식
엔시티 위시의 국내 흥행이 보여준 가능성, 후발 기획에도 영향
일본을 겨냥해 만든 아이돌도 한국에서 팬덤을 키우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 기획사의 제작 방식을 일본 시장에 적용하던 현지화 전략에 한국 음반과 방송, 공연을 처음부터 함께 준비하는 방식이 더해졌다. 일본인 멤버가 다수인 팀이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으면서, 현지화 그룹의 활동 범위를 일본으로 한정할 이유도 줄어들고 있다.
LAPONE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그룹 코이키즈(KO1KEYZ)가 오는 7·8일 서울 블루스퀘어 우리WON뱅킹홀에서 첫 서울 팬미팅을 네 차례 연다. 이들은 일본 오디션 ‘프로듀스 101 재팬 신세계’로 결성된 12인조 그룹으로 지난달 7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데뷔했다.
한국어 타이틀곡으로 엠넷(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하는 등 일본 오디션에서 얻은 관심을 이어가는 동시에 한국에서도 새 팬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음반과 방송, 대면 행사를 함께 준비하며 활동 중이다.
코이키즈 ⓒLAPONE 엔터테인먼트
한국 가수의 일본 진출은 오랫동안 국내에서 데뷔한 뒤 현지 활동을 넓히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2000년대 보아(BoA)와 동방신기(TVXQ!)가 일본어 음반을 내고 현지 방송과 공연에 참여하며 시장을 개척한 후 2010년대에는 소녀시대와 카라 등이 국내 히트곡과 팀의 이미지를 일본에 선보이며 활동을 확대했다. 한국에서 만든 음악과 콘텐츠로 관심을 얻고 일본 음반과 투어로 팬덤을 다지는 경로가 자리 잡았다.
팬층이 쌓이면서 공연 규모도 커졌다. 동방신기가 2013년 해외 가수 최초로 단독 공연을 연 닛산 스타디움에는 2024년 세븐틴(SEVENTEEN)과 트와이스(TWICE)도 입성했고, 올해는 트와이스에 이어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까지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공연했다. 한국 활동을 기반으로 일본에서 아레나와 돔, 대형 스타디움까지 무대를 넓히는 방식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일본 진출이 확대되는 동안 기획사들은 현지에서 활동할 팀을 직접 만드는 데도 나섰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소니뮤직과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를 발표했고, 이를 통해 탄생한 니쥬(NiziU)가 2020년 일본에서 정식 데뷔했다. 하이브도 2022년 일본 법인의 오디션을 통해 앤팀(&TEAM)을 선보였다. 한국에서 데뷔한 가수의 진출에 더해 현지 인재를 선발하고 한국의 훈련·제작 방식을 적용하는 사업이 본격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현지 팬과 관계를 맺는 시점을 앞당긴다는 차이가 있었다. 오디션에서 참가자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데뷔 전부터 팬을 모으고, 한국 기획사가 축적한 음악·퍼포먼스 제작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한국 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뒤 일본에 진출하는 팀과 달리, 일본에서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팬덤 형성의 출발점이 됐다.
엔시티 위시 ⓒSM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기획된 팀의 활동 범위를 다시 넓혀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시티 위시(NCT WISH)다. 이들은 일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2024년 데뷔 때부터 한·일 동시 활동을 내세웠다. 여섯 멤버 중 네 명이 일본인이지만 데뷔 싱글부터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을 함께 발표하고 양국 방송과 팬 활동을 병행했고, 올해 4월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열린 앙코르 공연에서 팬클럽 선예매로 3회 모두 매진시킬 만큼 국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엔시티 위시가 보여준 것은 일본을 겨냥한 팀도 한국에서 지속적인 공연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엔시티라는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안고 출발한 데다, 한국어 곡과 음악방송, 팬 활동을 통해 국내 팬이 팀을 접할 기회를 꾸준히 만들었고, 멤버의 국적 구성만으로 주된 소비층과 활동 지역을 미리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사례로 읽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니쥬와 앤팀 등 현지화 그룹들이 활동하던 흐름에서 엔시티 위시가 한·일 동시 활동 그룹으로 나와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것이 후발 그룹에 영향을 줬다”며 “이들의 국내 반응을 보고, 현지화를 준비하던 그룹들도 한·일 동시 활동 쪽으로 방향을 잡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니쥬와 같은 ‘니지 프로젝트’에서 나온 넥스지(NEXZ),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일본 아뮤즈가 선보인 에이엔(AEN), 코이키즈까지 한·일 동시 데뷔 후 국내 방송 활동을 이어가는 흐름이다.
이에 일본에서 먼저 기반을 쌓은 팀들도 한국 활동을 추가하고 있다. 앤팀은 지난해 10월 ‘백 투 라이프’(Back to Life)로 한국에서 정식 데뷔했고 니쥬는 올해 9월 한국 첫 미니앨범 ‘사워 그레이프스’(Sour Grapes)를 발매했다. 일본 활동을 지속하면서 한국어 음반을 내는 것은 기존 팬덤에 새로운 소비층을 더하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넥스지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한국 활동에는 국내 팬 확보와 함께 해외 노출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음악방송 무대와 멤버별 직캠은 온라인을 통해 세계 케이팝 팬에게 유통된다. 노래를 접한 사람이 특정 멤버의 춤과 표정을 찾아보고 다른 콘텐츠까지 소비할 수 있다. 현지화 그룹이 한국 활동을 준비하면 국내 가요계에서 사용하는 이러한 홍보 경로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일본 현지화 전략은 현지 팬을 확보하면서 한국에서도 팬덤을 키울 수 있도록 활동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일본 오디션과 현지 활동으로 관심을 모으고, 한국어 음반과 음악방송을 통해 국내외 케이팝 팬에게 팀을 알리는 방식이다. 한국의 제작 방식을 해외에 적용하는 데서 출발한 현지화가 이제는 한국의 방송·콘텐츠 유통망까지 활용해 팬덤을 넓히는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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