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 밀어붙이더니…李 지지율 하락에 돌연 유예?

김민희 기자 (minimi@dailian.co.kr)

입력 2026.10.26 15:04  수정 2026.10.2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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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준비 자신하던 정부…뒤늦게 재유예 검토

소득 분류부터 신고 방식까지 기존 쟁점 그대로

증시 부진 속 청년 민심 부담…제도 개선도 과제

이재명 정부가 준비 부족 지적에도 고수하던 가상자산 과세의 재유예를 검토하면서, 제도 보완보다 청년층 민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이재명 정부가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다시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준비 부족 지적에도 시행을 고수해온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증시 부진과 국정 지지율 하락이 맞물리면서 제도 보완보다 청년층 민심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과세 유예 여부를 연내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정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유예 여부와 기간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제 시행을 늦추려면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뒤 세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업계는 줄곧 “확실한 기준부터”


그간 업계는 과세 시스템 구축에 앞서 다양한 거래에 적용할 기준과 납세자의 신고 여건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현행 제도는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지만, 시장에서는 매매 외에도 예치·대여 보상과 채굴,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다양한 형태의 수익이 발생한다.


거래마다 성격이 다른 만큼 소득을 어떻게 분류하고 언제 과세할지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뿐 아니라 손실을 반영하는 방식도 쟁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같은 해 발생한 가상자산 손익은 합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해로 넘겨 공제하거나 주식 등 다른 자산의 손익과 통산할 수는 없다.


이에 전년도 손실을 일부 회복했을 뿐인데도 해당 연도에 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 투자 손익을 과세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과세체계 자체의 보완이 필요한 데다, 납세자가 소득을 계산하고 신고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남아 있다.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이용한 투자자는 전체 거래내역을 모아 취득가액과 양도차익을 계산해야 한다.


개별 거래소의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서로 다른 거래내역을 연결해 신고자료로 정리하는 과정은 별도로 필요하다.


특히 해외 거래소가 폐업했거나 오래된 매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세금 계산의 기초가 되는 취득가액을 입증하는 것부터 어려워진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도 이러한 문제를 담은 과세 관련 의견서를 통해 취득가액 산정·검증 인프라와 해외 거래정보 확보, 거래유형별 과세 기준 등을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차질 없다”던 과세 준비
업계 경고보다 민심 의식


이처럼 과세체계와 신고 여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음에도 정부는 내년 시행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과세가 이미 상당 기간 미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 부담 충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국내 5대 원화거래소의 과세 시스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도 임광현 당시 국세청장은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이 부총리는 업계와 국회 의견을 모아 숙고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해영 국세청 차장도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의 거래자료를 100% 확보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업계가 거듭 문제를 제기할 때는 차질 없는 집행을 자신하더니, 이제는 같은 문제를 유예 검토의 근거로 내세우는 셈이다.


이에 정부가 제도적 허점은 해소하지 못한 채 시행을 고수하다 뒤늦게 연기를 검토하면서 그동안의 준비와 판단에 의문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증시 부진과 국정 지지율 하락 속에서 가상자산 과세까지 강행할 경우 청년층 반발이 거세질 것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 부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던 정부가 정작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유예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과세 기준과 형평성을 정교하게 다듬기보다, 정무적 판단과 민심의 향방에 따라 시행 여부를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날짜 미뤄도 과제 그대로


추가 유예가 이뤄지더라도 시행일 조정에 그치지 않고 과세체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해외 거래정보 확보에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지만, 소득 분류와 거래유형별 기준 정비, 손실 이월공제 도입 등은 국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다.


납세자가 여러 거래내역을 모아 소득을 계산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유예 기간을 과세체계 재설계에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상혁 불개미 크립토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과세를 2년 유예하되 첫해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정착을, 둘째 해에는 과세체계 재설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도 합리적인 과세제도의 시행과 안착을 위한 종합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과세 유예는 반갑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유예 기간에 손익통산 범위 확대와 손실 이월공제 도입, 기본공제 5000만원 상향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일단 미뤄놓고 시행 시점이 다가와서야 다시 방향을 정한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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