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트럭 시위 이어 국회서 제도개선 촉구
“기준·신고 막막”…2년 유예 후 재설계 요구
野박수영 “여야 합의 아직…간사 협의 시도”
조상혁 불개미 크립토 대표 등 청년 투자자들이 21일 국회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공정한 가상자산 과세제도입니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요구하는 청년 투자자들이 이재명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앞 1인 시위와 트럭 시위에 이어 기자회견으로 요구의 수위를 높이며, 세금을 걷기에 앞서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신고 여건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청년 투자자들과 함께 정부·여당에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만 과세 유예에 관한 여야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아 실제 시행일을 늦출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21일 조상혁 불개미 크립토 대표 등 청년 투자자 6명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고 제도를 재설계하라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청년의 자산형성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과세 준비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 역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이날 투자자들은 공정한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공정하게 세금을 낼 수 있는 제도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현재 3만여명이 구독하는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국회 앞에서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1인·트럭 시위를 진행해 왔다.
이날 그는 자신이 진행한 과세 유예 관련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약 5만4000명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청원과 시위에 이어 국회를 찾은 투자자들이 우선 문제 삼은 것은 납세자의 준비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행정기관과 거래소가 시스템을 갖추더라도 투자자가 신고 방법을 이해하고 자신의 소득을 계산할 수 없다면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조 대표는 “행정기관과 거래소들이 준비가 됐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납세해야 하는 국민들은 어떤 명목으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납세해야 하는지 아예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상혁 불개미 크립토 대표 등 청년 투자자들이 21일 국회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 하는 모습.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 역시 일반 청년 투자자에게는 쉬운 선택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전문가에게 상담을 맡길 만큼 자산이 많지 않은 데다 복잡한 거래를 설명하고 과세 여부를 논의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상 청년들이 알아서 공부해서 알아서 납세하고, 잘못 납세하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거래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도 제기했다.
해외 거래소가 폐업해 매수 기록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거친 거래까지 정리해야 한다면 정확한 취득가액과 소득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 대표는 “세무법인이나 회계법인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도 지금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납세자가 실제로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세 기준과 거래소 시스템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 13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장이 관련 고시를 11월에 발표하겠다고 답변한 점을 거론했다.
세부 기준이 확정돼야 거래소도 이를 반영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는데, 시행을 앞두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국내 5대 원화거래소 가운데 과세시스템 구축과 검증을 완료한 곳이 없다”며 “정부의 준비 부족에 따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유예 기간 동안 과세체계 자체도 손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표적인 개선 과제는 손실 이월공제다. 같은 해 발생한 손익을 합산하더라도 전년도 손실을 다음 해 수익에서 빼주지 않으면 손실을 만회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세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2027년 4500만원을 잃고 2028년 5000만원을 버는 사례를 들었다.
2년간 순이익은 500만원이지만, 이듬해 수익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4750만원에 과세하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액이 1045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과세를 2029년 1월까지 유예하고, 첫해에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정착을, 둘째 해에는 과세체계 재설계를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조 대표는 “세금을 걷는 것은 국가의 권한이고 납세는 국민의 의무”라면서도 “공정하게 걷기 위한 준비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재정경제부 간담회에서도 손실 이월공제 부재와 취득가액 산정의 어려움, 스테이킹·에어드롭·탈중앙화금융 등의 불명확한 과세 기준이 보완 과제로 거론됐다.
국내외 거래정보 확보 수준과 현물·해외 파생상품 간 과세 범위 차이가 형평성 논란이나 거래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이를 위한 여야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박 의원은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민주당 내 개별적인 과세 유예 움직임이 있지만 당론으로 모이지 않았다며, 향후 법안 심사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연히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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