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오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북서쪽 30㎞쯤 떨어진는 라과이라주 카티아라마르에서 시민들이 망연자실한 채 무너진 건물 앞 잔해 더미를 바라고 있다. ⓒ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정치·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북서부에서 발생한 126년 만의 최악의 강진이 수도 카라카스를 덮쳤다. 건물이 무너지고 공항과 교통망, 가스·전기 시설이 마비되는 등 베네수엘라 전역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160여명의 사망자와 1000명 가까운 부상자가 나왔고, 실종 신고도 1만여건에 이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6시4분쯤 베네수엘라 북서부 유마레 인근에서 규모 7.2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40초 뒤 규모 7.5 강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인구 300만명이 거주하는 카라카스도 강진의 여파로 건물이 크게 흔들렸고 일부 건물이 맥없이 무너졌다. 시민들이 거리로 긴급 대피했고, 식당과 상점이 밀집한 일부 지역에서는 먼지 기둥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이 목격됐다.
카르카스에 거주하는 로베르토 가마스는 AP통신에 “건물이 정말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강했다”며 “걷고 있었는데 몸이 이리저리 내던져지고 집안 모든 물건이 떨어졌다”고 공포에 질려 모습으로 털어놨다. 생존자 마리아 알레한드라는 “간신히 문을 열었지만 연기 구름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공포영화 같은 광경이었다”며 “잔해를 밟고 넘어가며 대피해야 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은 25일 새벽을 기준으로 최소 164명이 숨지고 97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1만여건의 실종 신고도 이뤄진 상황이다. 현재 피해 집계에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라과이라주의 피해 현황이 포함되지 않아 앞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민이 24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뒤 집밖으로 대피해 놀란 아이를 안아주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시기반시설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카라카스의 관문인 시몬 볼리바르 수도 국제공항의 운영이 중단됐고, 카라카스 지하철과 천연가스와 전기의 공급도 중단됐다. 그나마 다행히도 베네수엘라의 핵심 산업시설인 석유 생산시설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피해가 보고된 지역 상당수가 주요 석유시설 밀집 지역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진설계가 제대로 안 된 주택 구조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피해 지역의 주민 다수가 지진에 취약한 무보강 벽돌 및 흙벽돌 구조물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1900년 규모 7.7 강진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자 관측 사상 두 번째로 큰 지진이다. 앞서 1812년 발생한 강진으로 메리다와 카라카스에서 약 3만 명이 숨졌고, 1967년 카라카스 강진으로 240명이 사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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