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맞잖아’ 메이저리그의 ABS 도입, 공정+재미 모두 잡았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4.13 14:06  수정 2026.04.13 14:07

ABS를 영리하게 사용하는 팀은 미네소타, 성공률 60% 이상

심판들은 곤혹스러운 입장, 버크너는 한 경기 6번 번복

부분적 ABS가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오고 있다. ⓒ Imagn Images=연합뉴스

부분적 ABS(ABS Challenge System)를 도입한 메이저리그(MLB)가 야구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는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판정을 오롯이 심판의 판단에만 맡겼다. 만약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이 나올 경우 선수가 직접 항의하거나 더그아웃에서 감독이 뛰어나와 기싸움을 벌이다 퇴장당하는 등의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오심이더라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심판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스포츠=공정’이라는 팽팽한 대립 속에 메이저리그가 내놓은 해법은 부분적 ABS였다. 이제 타자와 투수, 포수가 판정에 개입, 챌린지를 통해 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ABS가 도입된 지 한 달째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심판과의 기 싸움은 찾아볼 수 없다. 선수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신, 자신의 헬멧을 툭 치며 ‘챌린지’를 선언한다. 그러면서 10여 초 뒤 전광판에 찍히는 궤적 하나에 관중들의 탄성과 환호가 엇갈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올 시즌 ABS 도입의 상징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카일 슈와버다. 평소 선구안이 좋기로 정평이 난 슈와버는 지난 7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의 원정경기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일말의 망설임 없이 챌린지를 신청, 1루로 걸어가는 모습을 취했다.


유유히 장비를 벗는 사이, 전광판에는 공이 홈플레이트 벗어난 ‘볼’로 표시됐고, 판정은 번복됐다. 자신의 눈이 심판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입증한 슈와버의 확신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맞이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일 볼티모어와 텍사스의 경기에서는 볼티모어의 포수 사무엘 바살로가 헬멧을 두드리며 챌린지를 신청했다. 판독을 통해 드러난 투수의 4구째 공은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통과, 그대로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메이저리그 최초, ABS 챌린지로 경기가 마무리 됐다.


슈와버는 볼넷을 확신, ABS 챌린지 신청 후 1루로 걸어나갔다. ⓒ AP=뉴시스

도입 초기 챌린지 시스템을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팀은 미네소타 트윈스다. 베이스볼 사반트의 ABS 리더보드에 따르면 미네소타는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60%를 상회하는 높은 챌린지 성공률을 기록하며 리그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단순히 많이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될 만한’ 공에만 챌린지를 던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텍사스 레인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ABS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텍사스는 성공률이 30%대 초반에 머물며 리그 최하위권을 형성 중이다. 결정적인 순간 챌린지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장면이 속출하면서 벤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도입 전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경기 시간의 지연’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챌린지 하나당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약 13.8초에서 15초 내외. 비디오 판정이 수 분씩 걸리던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ABS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 경기 흐름을 매끄럽게 만든다는 평을 받는다. 심판과 감독 사이의 기 싸움 시간이 사라졌고, 선수들도 판정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며 다음 플레이에 집중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ABS 도입 이후 전체적인 경기 템포가 더욱 빨라졌으며, 팬들에게는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궤적을 확인하는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물론 시스템 도입으로 가장 곤혹스러운 이들은 홈플레이트 뒤의 심판들이다. 특히 일부 심판들은 ABS 도입 이후 ‘정확도 하위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히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CB 버크너다. 한 경기에서 8번의 챌린지 중 6번이 뒤집히는, 무려 78%의 오심 노출률을 기록하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심판의 고유 권한이라는 방패 뒤에 숨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챌린지 때마다 기계와 비교당하며 실시간으로 성적표를 받아 든다.


ABS는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기본적 가치인 ‘공정’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그리고 챌린지 신청이 이뤄질 때마다 관중들은 두근거림이라는 또 다른 재미를 얻게 되고, 판정 결과에 따라 홈팬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게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볼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ABS 도입 후 가장 곤혹스러운 이들은 심판이다. ⓒ Imagn Images=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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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잡은건 아니고 반만 잡았다.
    2026.04.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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