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iX3 생산' 데브레첸 공장 방문기
생산 공정 간소화 및 효율화… '전기차' 맞춤형 공장
'버추얼 팩토리' 시스템 도입… 新 모델 도입 시간 단축
헝가리 데브레첸 시내에서 차로 20분,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을 지나자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2층짜리 대형 건물이 나타났다. 매캐한 검은 연기 대신 수천그루의 나무가 조성된 이곳의 정체는 연간 15만대의 전기차가 생산되는 BMW의 신공장이었다.
뉴 iX3로 '노이어 클라쎄'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BMW는 파격적인 디자인 만큼이나 충격적인 '생산 혁신'을 거듭했다. 최근 자동화, 생산 효율화에 집중하는 자동차 업계 생산 트렌드가 이 곳에선 '기본값'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BMW가 세운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은 제조업의 숙명으로 여겨지던 '탄소 배출'의 문제를 해결한 전세계 최초의 생산 공장이다.
데브레첸 공장은 50만㎡에 달하는 거대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여기에서 나온 태양광 에너지와 지열,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만 모든 자동차를 생산한다. 사실상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헝가리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세운 셈이다.
밀란 네델 코비치 BMW 데브레첸 공장 총괄은 "전기 에너지만으로 화석연료 없이 공장을 구축했다. 그래서 이 공장은 가스망과 연결되지 않았다"며 "이 곳은 헝가리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중 하나이며, 필요한 전력을 모두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이어 클라쎄'가 적용된 BMW의 첫 번째 양산차 '뉴 iX3'가 생산되는 이 곳은 전기차 생산에 완벽히 맞춰진 차세대 공정을 갖추고 있었다. 오랜시간 전세계 32개 공장에서 쌓은 생산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유연성과 탄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데브레첸 공장의 생산 효율성은 '손가락 구조'라 부르는 독창적인 생산 체계에서 온다. 공정 라인이 단선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처럼 여러갈래로 뻗어 있는 구조로 운영된다. 각 공정은 조립라인의 정확한 지점에서 만나 하나로 합쳐지는데, 생산 과정에서 부품 및 물류 이동 시간을 줄이고 별도의 저장공간을 줄일 수 있는 핵심이다.
손가락 구조의 생산을 가능케하는 바탕에는 AI와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이 자리한다. 모든 기계와 설비, 사람의 움직임이 가상 공간에 저장돼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생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이다. 이는 뉴 iX3에 이어 향후 새로운 신차가 도입되는 상황에서도 차량 도입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 시켜줄 수 있다.
밀란 네델코비치 BMW 생산 총괄은 "데브레첸 공장은 모든 집약 노하우를 공급하고 있다. 저희는 가상모델을 이용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한다. 모든 기계와 설비, 사용하고 있는 유틸리티 등 모든 부분을 연계시킨다"며 "모든 것이 클라우드에 저장돼서 네트플렉스(Net Flex)로 저장된다. 이런 IT아키텍처는 데이터 분석과 공정 최적화를 위한 인공지능에 쓰인다. 필요한 유지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고 품질 데이터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디지털 생산 시스템은 '노이어 클라쎄'를 기반으로 부품수가 크게 줄어든 뉴 iX3와 만나면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이 됐다. 뉴 iX3의 부품은 기존 대비 3분의 1로 줄었고, 와이어링 하네스의 길이도 무려 600m나 줄었다.
덕분에 iX3는 고객이 차량을 주문하면 생산 시작 6일 전까지 사양을 변경할 수 있고, 고장결함이 발생하기 전 AI를 이용해 생산 단계에서 이를 사전에 예측할 수도 있다.
데브레첸 공장의 각 공정은 눈으로만 보기에도 기존의 자동차 공장과는 달랐다. 차체 공정에서는 거대한 철판 패널들이 노란색 팔을 가진 로봇들의 손에서 대부분 자동화되고 있었다. 사람의 역할은 주로 정밀 검사와 세밀한 접합 확인에 집중된다. 인간과 로봇이 맡은 일이 명확히 나뉘어 있었다.
도장라인에서는 태양광 패널에서 흘러들어온 전기가 전동 건조로와 로봇 스프레이 건을 움직이고 있었다. 도장 라인은 데브레첸 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다. 태양광 에너지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자, 일반적인 자동차 공장과 가장 차별화되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 공장에서는 도장라인에서 가장 많은 열과 가스가 소비된다.
'전기차의 심장'인 고전압 배터리를 다루는 공정은 BMW의 미래를 압축해 보여준다. 특히 이번 BMW 뉴 iX3는 6세대 배터리셀을 사용해 배터리 성능을 크게 높였다. 10분 충전으로 350km 이상 주행할 수 있고, 5세대 대비 주행거리는 30% 늘었다. 기존 각형 배터리를 원통형으로 변경하고, 차체 바닥과 배터리를 일체화 하는 '팩 투 바디' 구조를 적용한 덕분이다.
스벤 요흐만 BMW그룹 데브레첸 공장 배터리 생산 책임자는 "원형배터리를 사용한 6세대부터는 셀을 하우징에 직접 패킹한다. 페인팅 공정이 필요없고, 모듈생산도 필요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또 노이어 클라세에서는 '팩 투 오픈바디' 콘셉트가 적용돼 차량의 플로어가 배터리의 하우징의 위쪽에 위치한다. 배터리가 별도에 통합되면서, 실내공간이 넉넉해진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공정을 지나 불과 100m 가량 이동하니 바로 조립라인이 나타났다. 배터리가 만들어지면 바로 차량에 조립할 수 있도록 조립 공정과의 거리를 매우 짧게 설계한 덕이다. 배터리를 별도로 저장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조립라인의 풍경 역시 낯설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차체가 이동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작업자가 서있는 공간이 현저히 넓고, 작업자들의 손에는 제각기 휴대폰이 들려있다. 자동차 조립라인에는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 곳에선 오히려 휴대폰이 꼭 필요하다.
한스 피터 캠서 데브레첸 공장장은 "어셈블리 라인을 가는 모든직원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메시지가 전 직원에게 동일한 정보가 제공된다"며 "핸드폰을 가지고 모든 작업 업무를 수행하고, 교육도 진행한다. 작업을 하는 스테이션에서 핸드폰 사용이 가능하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데브레첸 공장이 특별한 것은 이 모든 공정이 현실보다 먼저 가상에서 시뮬레이션되는 '버추얼 팩토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BMW가 엔비디아와 협업해 만든 '디지털 트윈' 덕분이다. 가상 세계에서 동작을 검증한 뒤 현실 라인에 반영하니, 시행착오는 최소화되고 효율은 극대화된다.
캠서 공장장은 "여기서는 실제 차가 조립되기 전에 먼저 '고스트카가 만들어진다"며 "실제차량은 없지만 모든 공급업체와 가상의 세계에서 제품 생산을 진행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BMW 데브레첸 공장은 세계 각지의 모범사례가 결합된 네트워크형 공장으로,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네트워크 전역의 직원들도 데브레첸에서 자신들의 기술적 통찰을 공유하고 노이어 클라쎄 모델 생산에 대한 전문성을 각자의 거점으로 가져갈 수 있다.
BMW는 버추얼 팩토리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향후 글로벌 32개 공장의 신차 생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차량 공정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기존 신차 생산 라인을 확보하는 데 약 4주의 시험 생산 기간이 소요됐다면, 가상 시뮬레이션 덕에 3일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