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원장도 “정부 결정 집행” 강조… 금감원 내부 반발 고조
노조·비대위, 국회·토론회 등 외부 투쟁 확대… 반대 서한 전달
정치권선 “여론 없인 힘들다”… 총파업 외엔 카드 마땅치 않아
이재명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구체화한 법안이 여당 당론으로 국회에 발의된 가운데 금융감독원 노조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국회 안팎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찬진 금감원장도 조직개편에 대해 ‘수용’을 강조하면서 이를 막을 최후의 카드는 금감원 직원들의 ‘총파업’ 밖에 남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7일 정치권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권한 축소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담은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인 국민의힘과 합의 없이도 정부조직 개편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위한 법률 개정이 빠르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무위의 법안 상정이 필수이지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추진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장 180일동안 상임위에 계류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으로 올라가게 된다. 금융당국 조직개편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인 상황에서 안건을 상정해 주지 않으면 6개월간 상임의 접수 상태로 멈춰있게 된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의 적용을 받아 법안이 법사위에 오르게 되면 속도전을 띌 가능성이 높다. 법사위원장 뿐 아니라 위원들의 다수가 여당 쪽이라 법사위와 본회의 개최, 법안 통과까지 단숨에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가 완료되면서 이찬진 금감원장도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법안의 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할 입법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이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감독체계 개편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수개월 논의와 당정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최종 확정·발표된 사안”이라며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진행한 노조와의 면담에서 “조직 분리 비효율성,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독립성 및 중립성 약화 우려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조직개편 수용 의사를 밝혀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사측과의 협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금감원 비대위는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로 행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금감원 비대위 측은 지난주부터 조직개편 반대를 위한 출근길 시위를 진행해 집단행동을 지속하는 한편, 전날(15일)엔 윤한홍 정무위원장과 만나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비대위는 서한에서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가 불확실하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관치금융을 강화한다”며 “감독정책과 집행 간 분리로 인한 비효율성과 책임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는 점에서 기존 체계보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소원 분리로 업무 분절, 정보 공유 제한 등에 따른 감독 기구 간 책임 회피, 전가의 여지만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7일엔 국민의힘이 주최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긴급토론회에 참석한다. 비대위의 추천으로 노조위원장 출신 금감원 관계자가 토론자로 나선다. 18일엔 출근길 집회 대신 점심시간을 활용해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다만 비대위의 이런 행동들이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철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야당 측은 이미 한 차례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한 후 파기된 상황에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대법원장 증원 등을 막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어 비대위의 서한 전달과 토론회 참석 등으로 금감원 측의 입장을 청취하겠다며 ‘힘 싣기’에는 선을 그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조직개편안의 방향을 틀 수 있는 것은 ‘여론’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표어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최장 6개월까지 걸릴 수 있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을 변경하는 등 민주당이 원하면 여러 방법을 강구할 수 있어 예상을 할 수가 없다”며 “만약 그렇게 법안을 처리해서 (여론의) 반발을 사거나 보이콧, 총파업을 하겠다는 정도가 아니면 민주당의 개편 추진을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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