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파고에 휘청이는 '한국 반도체'…주가 변동성 높아지나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09.02 05:16  수정 2025.09.02 05:16

미국, 중국 견제 위해 VEU 자격 취소

"운영 효율 저하로 공급망 교란 가능성"

중국 '반도체 독립' 흐름도 주가에 악영향

시장 확대 및 소재·부품·장비 수출 증대의 기회 될까

반도체 웨이퍼가 전시된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견조한 인공지능(AI) 수요에 메모리 가격 상승세까지 맞물려 긍정적 흐름이 예상되던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가 해외 변수에 휘청이고 있다.


미국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Validated End User)' 자격을 취소하고 중국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 생산에 나서자 고스란히 겹악재에 노출됐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01% 내린 6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4.83% 하락한 25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며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꿈틀대던 차에 미중 갈등 여파가 주가를 끌어내린 모양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적용받던 VEU를 폐지키로 했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해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사실상 금지한 바 있다. 다만 VEU 자격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를 중국으로 반입시킬 수 있었다.


약 3년 만에 미국이 VEU 자격 취소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중국 내 공장 운영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VEU 적용에 따른 반도체 생산라인(Fab) 운영 효율성 저하는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로고, SK하이닉스 로고(자료사진) ⓒ뉴시스

중국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 생산에 나섰다는 소식도 반도체주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새로운 AI 칩을 자체 개발해 중국 내에서 제조 중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으로,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 규제로 엔비디아 AI 칩 구매가 어려워지자 자체 개발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관련 여파로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 이상 내렸다.


주 연구원은 "국내 메모리 업체는 엔비디아와 높은 상관 관계를 가져 단기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이라고 짚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이고, 삼성전자도 조만간 엔비디아에 HBM을 제공할 전망이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문승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반도체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확정된 바가 없다. 9월 주가 흐름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도 '기회'를 엿볼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며 시장이 확대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의 수출 다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류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AI 반도체 기업들의 등장은 단일 고객사에 대한 의존도 감소, 고객사 및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의 자체 생산 역량 강화 과정에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작지 않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장비 내재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계측 장비의 경우 아직 내재화율이 높지 않아 파크시스템스에 대한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12인치 선단 공정 중심 전략과 미국과의 반도체 생산 분리로 인해 DB하이텍의 수혜를 전망한다"며 "중국향 소재 및 부품 실적 기여가 기대되는 에스앤에스텍과 티씨케이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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