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험이 되다②] 스크린을 넘어, 감각과 취향으로…영화관이 ‘라이프스타일’을 품는 법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7.23 07:36  수정 2025.07.23 07:36

CGV "감성·취향 머무는 플랫폼 될 것"

이제 영화관 관객의 시선은 더 이상 스크린 하나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자신의 취미 행위를 하며 영화를 관람하거나, 전혀 다른 감각을 사용하면서 작품을 접한다. OTT 시대에 집이나 특정 공간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즐기던 행위가 고스란히 극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특히 홀로 경험했던 행위를, 동일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하면서 ‘따로 또 같이’의 경험까지 얻는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새로운 방식의 극장 경험은 CJ CGV가 올해 선보인 ‘취미형 상영회’가 본격적으로 제안했다. 지난 2월, 뜨개질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뜨개상영회'는 그 특별함의 시작이었다. 조명이 밝게 켜진 씨네앤포레 특별관에서 관객들은 각자의 뜨개질을 하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CJ CGV

'뜨개상영회'는 CGV강변 지점의 특별관 ‘씨네앤포레’ 활성화를 고민하던 기획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뜨개질이 취미인 기획 담당자의 제안으로 구체화한 이 행사는, 실제로 덴마크, 독일 등 해외에서 진행된 사례를 참고해 시도되었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뜨개질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CGV강변 임다솜매니저는 "'뜨손실'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뜨손실은 뜨개인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로 뜨개질할 시간을 손해 볼까 봐 친구를 만나거나 밖에 나가는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는 말이다. 기획한 담당자 역시 뜨개질을 사랑하는 뜨개인으로서, '뜨손실'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 ‘뜨개질하면서 영화를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특별 상영회 기획을 실행에 옮겼다"라고 전했다.


씨네앤포레는 숲속 콘셉트로 꾸민 상영관으로, 빈백, 카바나석, 매트석 등 다양한 형태의 좌석과 함께 작은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 특별관이다. 뜨개상영회라면 무엇보다 뜨개를 하기에 편안한 환경이어야 했고, 이후 진행하게 된 오디오북 상영회도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자유롭게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었기 때문에 씨네앤포레관이 좌석의 편안함이나 전반적인 컨셉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한 상영관이라고 판단했다.


'뜨개상영회'의 경우, 관객들의 뜨개질 취미를 위해 조도를 높이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일반 영화 상영과 환경 조건이 동일하다.


임다솜 매니저는 "일부러 좌석을 변경하거나 사운드를 줄이는 등의 부분은 별도 컨트롤하지 않는다. 준비물로 각자 본인이 뜨고 있는 작품을 가지고 오면 된다. 이 때문에 관객마다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실과 도구, 편물을 구경하는 소소한 재미도 따른다"라고 말했다.


'뜨개상영회'는 뜨개 관련 인플루언서인 '바늘이야기 김대리'와의 협업을 통해 더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영화관 외에도 인플루언서의 홍보로 인해 첫 뜨개상영회의 경우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무려 2초 만에 매진이 됐다. 이에 힘입어 전국 씨네앤포레 상영관으로 규모를 확장해 정기 상영회도 선보이게 됐다.


CGV는 이후에도 상영관의 특성을 살린 이색 상영회를 이어가며, 새로운 관람 문화를 실험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배우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 첫 작품인 '첫 여름, 완주'의 오디오북 상영회를 개최했다.


영상 대신 오디오북 사운드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첫 여름, 완주'는 기획 초기 단계부터 오디오북 제작을 중심에 두고 출발한 작품으로, 뮤지션 구름과 윤마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청각적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김금희 작가가 오디오북 포맷에 맞춰 대사 중심으로 집필한 점이 극장 상영에 적합한 요소로 작용했다.


ⓒCJ CGV

CGV강변 김은진 매니저는 "보통은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통해 혼자 듣는 오디오북을 이번 상영회에서는 영화관의 고품질 사운드와 편안한 좌석에서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오디오북 상영회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필사, 뜨개질, 독서, 공예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병행하며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콘텐츠를 감상하실 수 있도록 한 점도 이번 상영회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색 상영회를 향한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확인했다. 뜨개상영회의 경우 고객센터 등을 통하여 다음 뜨개 상영회 일정에 대한 문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 여름 완주' 오디오북 상영회의 경우 5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때문에 관객들이 중간에 이탈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우려와 달리 관객들이 끝까지 자리를 즐기며 상영회를 즐긴 것을 확인했다.


김은진 매니저는 "현장 반응과 SNS 후기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오디오북을 극장에서 들으니 풀벌레 소리, 새소리 등이 생생하게 들려서 내가 마치 그 책안에 들어가 있는듯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자유롭게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면서도 책 한권을 완주했다는 것이 뿌듯하다' 등 다양한 긍정 후기를 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진을 기록한 지난 특별 상영회 회차 모두 블록버스터 등의 대작이 없는 시기에 이뤄낸 성과였기에 CGV가 앞으로 선보일 수 있는 콘텐츠의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영화관에서 기대하는 경험의 스펙트럼이 확장된 만큼, 취향을 공유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형태의 체험형 상영이 관객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CGV는 이러한 실험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플랫폼’을 넘어, 미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내놓고 있다. 향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이색 상영회를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드래곤 길들이기' 영화 상영 후 실시간 추첨 이벤트를 접목한 '럭키드로우 상영회'를 새롭게 선보였다.


영화가 끝난 뒤 스크린을 통해 당첨 좌석이 공개되고, 추첨된 관객에게는 특별 굿즈가 증정되는 방식으로, 관객의 참여와 기대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방식의 관람 문화를 실험 중이다.


CGV 측은 "앞으로도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와 참여형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며, 영화관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 공간이 아닌, 감각과 취향이 머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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