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극장 안에서 능동적 주체돼 감각·감성 표출"
2025년 상반기, 한국 극장가가 다시 ‘위기’를 말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월부터 6월까지의 누적 관객 수는 4249만 728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00만 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이는 팬데믹 상황 직후인 2022년보다도 낮고, 극장가가 초토화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2004년 이후 21년 만의 최저 수치다.
극장 관객 감소는 단순히 콘텐츠의 질이나 티켓 가격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극장 존재를 향한 '기본 명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OTT 플랫폼의 일상화 이후 관객에게 영화관은 단순한 '상영 장소'가 아닌, '왜 굳이 이곳까지 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요구받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관람료가 2만원, 3만원이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이유’를 말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요구 때문에 보이는 가장 뚜렷한 변화는, 관람 행태의 중심이 ‘작품 감상’에서 ‘체험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영화의 작품성이나 흥행 기대감이 극장으로 관객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볼 것인가’가 함께 중요해졌다.
이에 영화 배급사와 제작사들은 영화라는 콘텐츠를 다양한 감각과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음악영화나 콘서트 영화를 중심으로 진행한, 싱어롱 상영회, 중앙제어 응원봉 사용, 관객 참여형 이벤트는 이미 일반화됐다. 배급사와 제작사들은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팬덤이 강한 가수의 콘서트 실황 영화뿐만 아니라 일반영화에도 ‘감각 결합 방식’을 시도한 것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응원 상영회, ‘시맨틱 에러’의 리액션 상영회, ‘파묘’의 굿어롱 상영회 등은 장르를 넘어 관람 방식의 다변화를 적극 수용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파묘’의 굿어롱 상영회는 굿과 경문을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기존 싱어롱의 형식을 장르적 상상력으로 확장한 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러한 상영회들은 단지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객이 극장 안에서 능동적 주체가 되어 감각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관람 자체를 특정 취향이나 활동과 연결하는 시도들이 주목받고 있다. CGV는 지난 2월부터 '뜨개상영회'를 분기마다 진행, 영화 감상을 동시에 경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배우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와 협업한 ‘첫 여름, 완주’ 오디오북 상영회를 지난 6월 선보였다. 문학과 청각, 시각을 연결하는 멀티 감각적 접근을 실현하고자 한 의도다.
이러한 관람 방식의 변화는 비단 멀티플렉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독립 상영관과 대안 공간에서도 관객의 감각과 취향에 기반한 행사는 이어진다.
지난달 29일 KT&G 상상마당에서는 전통주를 매개로 한 이색 상영 프로그램 '음주영화제'가 열렸다. 전통주를 통해 지역 문화와 전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획으로, 독립영화 '장손'의 오정민 감독을 초청해 단 15명을 대상으로 상영과 GV를 진행했다.
신림동에 위치한 단관 자체휴강 시네마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주제에 맞는 영화 모임 신청을 받아 소규모 대관 상영을 진행 중이다.
영화감독이자 자체휴강시네마 박래경 대표는 "아예 프라이빗하게 예약제로 운영하니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 세 명이든 다섯 명이든, 다른 팀과 섞이지 않고 본인들만 온전히 공간을 쓸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영화 관람 방식이 점차 소수의 밀도 경험이 추구될 것이다. 과거처럼 불특정 다수가 한 공간에 모여 관람하는 기존 모델과 달리 취향과 목적을 공유하는 소규모 관객이 함께 모이는 방식인 관람 공동체는 점자 자연스러워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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