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가요 뷰] 요즘 걸그룹, '소시·트와' 대신 '블핑·에스파' 노린다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23 12:46  수정 2025.07.23 12:46

한때 걸그룹 시장은 9인조 이상의 다인원 그룹이 대세였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를 시작으로 애프터스쿨, 나인뮤지스, 러블리즈, 트와이스 등 9명 이상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이 대중성을 얻는 데에 성공했고, 이후 우주소녀, 구구단, 프리스틴, 프로미스나인, 모모랜드 등 한동안 다인원 걸그룹은 한때 가요계 성공 공식으로 인식됐다.


블랙핑크ⓒ방규현 기자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는 다인원 걸그룹의 존재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특히 다인원의 기준을 9인 이상으로 잡고 봤을 때 2020년대에 들어 데뷔한 9인조 이상의 다인원 걸그룹은 시크한 아이들, 버추얼 그룹 이터니티, 케플러, 트리플에스 다 네 그룹 뿐이다. 그마저도 시크한 아이들은 2022년 7월 디지털 싱글 '여름이야기'가 마지막 활동이고, 케플러는 지난해 7월을 마지막으로 마시로와 강예서가 활동을 종료하며 7인조로 개편됐다. 사실상 현재 활동하고 있는 9인조 이상의 걸그룹은 이터니티와 트리플에스 두 그룹 뿐이다.


반면 4~5인조 인원은 꾸준히 데뷔하고 있다. 2020년에는 14팀, 2021년에는 7팀, 2022년에 10팀, 2023년에 11팀, 2024년에는 무려 17팀이나 4인조 또는 5인조로 데뷔했다. 올해도 키키, 베이비돈크라이 등을 포함한 8팀이 4인조 혹은 5인조 걸그룹으로 가요계에 등장했다.


2020년 이전의 다인원 걸그룹은 한 명만 떠도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했다. 예를 들어 AOA는 설현의 인기에 힘입어 '짧은치마', '사뿐사뿐', '심쿵해'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발매했고, 모모랜드 또한 주이의 무대 영상이 화제가 된 후 '뿜뿜', '뱀' 등의 곡을 히트시켰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걸그룹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멤버 한 명이 대중성을 얻더라도 그룹 전체의 성공으로 직결되기 어려워졌다. 굳이 높은 운영 비용을 들여 다인원 그룹을 구성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운영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숙소, 의상, 헤어·메이크업 등 기본적인 투자부터 콘텐츠 제작과 프로모션에 이르기까지 멤버 수에 따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트리플에스 나경은 지난해 5월 '어셈블 24' 쇼케이스에 참석해 "(멤버가 많다 보니) 아침 스케줄이 있을 때면 새벽부터 숙소를 나가야 한다. 우리는 선발대랑 후발대로 나뉘어서 샵을 가는데, 새벽 1시에 나선 적도 있다"고 전했다.




트리플에스ⓒ방규현 기자

다인원 그룹의 장점이 더 이상 가요시장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한다. 트리플에스는 '어셈블24' 쇼케이스에서 "다인원이다 보니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많다"며, 다양한 콘셉트의 유닛을 통해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곧 유닛 활동이 사실상 그룹 활동의 필수 조건이 되었음을 의미하며, 유닛에 자주 포함되지 못한 멤버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인지도가 낮아지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트리플에스의 유닛을 살펴보면 6개 유닛에 속해 있는 김유연, 5개 유닛에서 활동하는 이지우와 달리 신위, 카에데, 서아, 설린 등의 멤버가 1개 혹은 2개의 유닛에 소속된 것에 그쳤다.


이와 관련 한 소속사 관계자는 "다인원 그룹의 경우 개개인이 조명을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별 멤버들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소인원이 조금 더 선호되는 경향"이라며 "최근 들어 아이돌의 가창력과 무대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그런만큼 인원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개개인의 기량에 집중해서 멤버 간의 합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뚜렷한 음악색을 구축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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