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과 상추…폭염 잊게 하는 ‘시원한 선행’

전기연 기자 (kiyeoun01@dailian.co.kr)

입력 2025.07.10 15:53  수정 2025.07.10 15:53

ⓒ인스타그램 jiae_gram 갈무리

역대급 폭염으로 지난 8일 하루에만 온열질환자가 238명(사망 1명 포함) 발생한 가운데, 폭염을 잊게 만드는 따뜻한 선행이 전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의 노상에서 한 남학생이 할머니에게 물건을 구입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고, 해당 영상은 1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해당 글을 올린 게시자는 “공방 앞에서 직접 수확한 농작물을 한 번씩 팔러 나오는 할머니가 있다”며 “한 남학생이 오더니 할머니에게 농작물 이름도 묻고 가격도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더라”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학생이 잔돈이 없어 난감해 하더니 할머니 손을 잡고 어딘가에서 돈을 바꿔왔다”며 “원래는 돈만 드리고 가려던 것 같았는데 할머니께서 뭐라고 하시자 콩이 뜬 봉지를 들고 가더라. 가는 길에도 할머니에게 연신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영상 속 학생은 동두천중 2학년생 옥 모(14)군으로, 이날 오후 3시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던 중 노점 할머니를 마주쳤다.


옥군은 조선닷컴을 통해 “할머니가 ‘물건 좀 보라’고 부르셔서 다가갔다”며 “할머니도 저도 잔돈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주머니에 한 푼 두 푼 모아둔 비상금 5만원을 넣고 다녔던 옥군은 근처 가게에서 돈을 1만원짜리로 바꿔 다시 돌아왔다. 옥군은 이중 절반이 넘는 3만원을 할머니에게 건네고 가려고 했고, 할머니가 “뭐라도 가져가라”고 하자 강낭콩이 담긴 봉지를 들고 떠났다.


해당 매체가 ‘가진 돈 절반 넘게 썼는데 괜찮느냐’고 묻자 옥군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할머니께서 물건을 빨리 팔고 집에 가서 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꼭 필요할 때 쓰려고 모은 비상금인데 그날이 돈을 써야 할 때였던 것 같다.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오동지 유튜브 갈무리

또 다른 감동의 주인공은 '20만 구독자'를 지닌 유튜버 오동지였다.


지난 2일 오동지는 인천의 한 길가에 선캡을 쓰고 맨발로 쪼그려 앉아 상추를 팔고 있는 할머니를 보게됐다.


그가 “어머니, 날씨 더운데 여기서 뭐 하세요”라며 말을 건네자 할머니는 “이거(상추) 내가 심어 놓은 거 (판다)”고 답했다.


이에 오동지가 “이거 다 해서 얼마냐”라고 묻자 할머니는 “아유, 이건 너무 많지”라며 되레 상대를 걱정했다. 하지만 오동지는 “내가 다 사겠다. 집에 얼른 들어가셔라. 이거 얼마냐”며 재차 물었다.


바구니에 담긴 상추의 가격은 모두 합쳐 2만원이었다. 오동지는 “내가 5만원 드리겠다. 빨리 들어가라”며 재촉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공짜니까 가져가세요”라고 말하며 상추를 나눠줬다.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고, 오동지는 시윈한 미숫가루를 한 잔 사서 드린 뒤 한 구독자가 보내준 후원금을 인출해 다시 돌아왔다.


그는 “인천에 폭염 경보가 떴다. 형님(구독자)이 상추값 드리라며 주셨다”며 “이 돈으로 상추 제가 다 사겠다. 삼겹살 사 드셔라”라며 20만원을 건넸다.


이에 할머니는 오동지를 꼭 안아주며 “집에 들어가겠다. 너무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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