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업황 둔화 속 ‘미래가치’ 품은 사업 포트폴리오 주목
원전 해체산업 기대감...세아베스틸, 캐스크 기술력 부각
우주항공 소재 외연 확장...美 텍사스 SST 공장 내년 준공
세아그룹이 원전 해체 산업과 특수합금 기반 방산 소재 확장을 계기로 시장의 재조명을 받고 있다. 철강 자회사들의 실적 둔화에도 불구하고 원자력과 우주·항공 산업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한 장기 성장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에너지·안보 전환기 속 세아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세아그룹이 미래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외연을 넓히며 새로운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철강 4위인 세아그룹은 특수강 중심인 세아홀딩스와 강관 중심인 세아제강지주의 양대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세아홀딩스 산하에는 세아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세아베스틸지주를 비롯해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주요 계열사들이 포진됐다.
세아홀딩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5304억원, 영업이익 389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1조5182억원·359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하락세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992억원으로 2023년 2008억원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철강 업황 부진과 관련 자회사 수익성 저하가 지주사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기관 자금 유입이 이어진 데는 원전과 방산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세아홀딩스는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368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앞서 세아베스틸지주도 지난 2월 공모채 시장에 처음 진입해 모집액 600억원의 9배가 넘는 5750억원 수요를 끌어모았다. 세아베스틸 또한 900억원 모집에 9900억원이 몰리며 투자자 관심을 입증했다.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는 원전 해체 시장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공급원이 될 원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규 원전 수주뿐 아니라 수명이 도래한 기존 원전의 해체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수주 기회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400기 이상의 상용 원전이 해체될 예정이며 원전 1기당 평균 해체비용은 약 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 해체가 최종 승인되면서 국내외 원전 해체 시장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원전 해체 시 필수적인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용기(CASK·캐스크)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현재 국내에서 실제 캐스크 제작 경험을 보유한 기업은 세아베스틸지주와 두산에너빌리티 두 곳뿐이다.
세아베스틸은 2019년 오라노티엔으로부터 수주한 8기의 캐스크를 북미 지역 원전에 수출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약 350억원 규모로 수주한 KN-18 캐스크 초도 납품을 지난 5월에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하반기에는 울진 한울원자력본부에도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사용후핵연료 습식 저장시설이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에 이르면서 세아베스틸의 캐스크 발주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전이 국내외 기저발전원으로서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장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성장 축은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환경 속에서 주목받는 우주·항공, 방산이다. 세아베스틸지주의 자회사 세아항공방산소재와 세아창원특수강은 우주·항공 소재 분야의 특수강·특수금속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지주는 미국 텍사스에 특수합금 생산법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SST)’를 설립해 내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을 진행 중이다. 준공되면 연간 6000톤(t) 규모의 특수합금을 생산하게 된다.
텍사스는 스페이스X부터 블루오리진, 록히드마틴 등 미국 우주항공 기업이 밀집한 지역으로, SST는 이들을 주요 타깃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 내 현지 생산을 통해 철강 관세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력과 안정성이 필수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인 원자력, 우주·항공, 방산 분야에서 세아베스틸지주는 특수강 분야의 오랜 경험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납품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선제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이들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미래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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