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2분기 영업익 어닝쇼크…교집합은 '트럼프 통상 정책'

고수정 정인혁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7.08 14:26  수정 2025.07.08 15:02

삼성전자 영업익 4.6조원…전년 대비 55.94% 감소

LG전자 46.6% 줄은 6391억원…美 관세 영향 가시화

8월부터 25% 관세 부과되면 추가 실적 악화 불가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전자업계 양대 축인 두 곳 모두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어닝 쇼크'의 요인으로 삼성전자는 첨단 인공지능(AI)칩에 대한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 및 관세 여파, LG전자는 관세 비용 부담 및 시장 주요 시장 소비 심리 위축 등 모두 '대외적 리스크'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조4400억원)보다 55.9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31.2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9%%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76조6412억원, 영업이익 6조8173억원이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7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증권사들은 5조원대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달아 낮췄고, 실제 발표된 이날 잠정 영업이익은 이보다도 낮았다.


이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에 재고자산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인식해 처리하는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 수출을 금지한 '대중 제재'로 인해 관련 이익이 줄어든 영향으로도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한 설명자료에서 "DS는 재고 충당 및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과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 지체 상황 등도 이번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LG전자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7일 LG전자 본사가 소재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LG전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액 20조7400억원, 영업이익 6391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4.4%, 영업이익은 46.6% 감소한 수준이다.


LG전자 역시 증권가에서 추정한 영업이익 전망치인 847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TV 등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수요 위축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상승,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 및 철강·알루미늄 파생 관세과 물류비 등 비용 증가분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국가별 고율의 상호관세 유예를 결정했지만,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전 세계 수입품에 10% 기본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LG전자는 미국향 TV와 가전 상당수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창원과 베트남 하이퐁 등에서도 미국 수출 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권에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에 재계 한 관계자는 "업종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상반기 공통적으로 가진 대외적 리스크가 많았다"면서 "산업의 구조가 달라질 정도의 문제였던 만큼, 하반기에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개별 기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문제, 중국의 추격 등 여러 부분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그나마 현재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가 됐으나 대외적인 악재는 여전하다"면서 "개별 기업의 힘만으론 하반기를 온전히 버텨내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오는 8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 관세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 별도"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의 서한을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한국의 관세와 비관세(장벽), 정책과 무역장벽이 초래한 이런 장기적이고 매우 지속적인 무역적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 때문에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25%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상호관세와 같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협상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업계에선 유예 기간 내 정부의 추가 협상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만약 당초 예고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 상호관세가 부과된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추가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대외적인 공통된 리스크 안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관세 리스크의 경우는 하반기에 더욱 도드라질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경제계 전반에 어려움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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