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3’ 공개 후 기대됐던 대로 흥행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공개 첫 주에 넷플릭스 TOP 10을 집계하는 93개국 모두에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또, 공개 첫 주에 넷플릭스 역대 시리즈(비영어) 9위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대박급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이 작품 정도면 재미의 수준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는데도 악평이 많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오징어게임1’이 워낙 엄청난 성공을 했기 때문에 기대치가 사상 최고 수준이었고 당연히 거기에 부응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설정 자체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오징어게임1’을 처음 봤을 때는 영희의 괴기스런 모습이나 게임에 탈락했다고 죽어나가는 이들이 충격을 안겨줬다. 비현실적인 세트와 악당들의 복장이 재미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3탄 정도 되니 모든 설정이 익숙해져서 새삼 충격 받을 일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주인공이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유형이 아니다. 상업작품의 주인공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극을 이끌어가야 한다. 하지만 ‘오징어게임3’에서 주인공 성기훈은 무기력할 뿐이었다. 게임 진행에 매 단계마다 참가하기는 하는데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가 일반적이었다.
거기다 무력하기까지 했다. 무슨 대단한 준비를 하고 분홍옷 일당을 깨부술 것처럼 돌아갔지면 별 타격도 주지 못하고 그저 게임 참가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건 주인공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별 의미가 없는 즉 극에 있어서 별 영향력이 없는 주인공에게 시청자가 몰입하긴 힘들다.
성기훈의 이야기와 병렬적으로 펼쳐진 다른 이야기들도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마스터의 동생이 총기로 무장한 병력을 이끌고 출동한 것이 계속 부각됐지만 그들은 결국 섬에서의 게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북한 출신 분홍 병정이 아이 아버지를 살리는 이야기도 중요한 한 갈래였는데, 그 역시 성기훈이 이끄는 메인 테마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냥 이야기들이 병렬적으로 펼쳐지기만 한 것이다.
보통 시청자들은 펼쳐졌던 이야기 갈래들이 메인 테마를 중심으로 하나로 엮이면서 결말에 영향을 미치는 걸 선호한다. 그런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웰메이드극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에 서로 상관없는 그저 각자의 이야기로 끝나면 허무함을 느낀다.
그리고 성기훈이 도덕적 설교를 하는 것도 요즘 시청자 취향에 맞지 않는다. 마냥 착한 말만 하는 사람을 요즘 시청자들은 답답하게 여긴다. 주인공이 착한 게 의미가 있으려면 강해야 한다. 그러니 상업극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히어로가 되는 것이다. 성기훈은 전혀 강하지 않아서 선의지를 실현할 수 없고, 남을 구해줄 수 없는데도 착한 말만 하니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런데 감독이 처음부터 이런 극을 기획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마스터의 동생이 병력을 이끌고 섬을 급습, 마침 분홍옷 세력과 대치하고 있던 성기훈과 합세해 공세를 취하는 방안도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면 좀 더 대중적인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의 암울함을 반영해 히어로 주인공이 아닌 답답한 주인공을 선택했다고 한다. 사실 성기훈은 보통 사람에 불과하다. 엄청나게 거대하고 조직화된 분홍옷 세력에 비해 무능할 수밖에 없다. 타이슨은 자기에게 맞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계획이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성기훈이 분홍옷 세력을 끝장낼 계획을 아무리 세워도 직접 그 위력과 마주했을 땐 결국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리얼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성기훈 캐릭터의 혼란, 무기력도 이해가 된다. 사람이란 존재가 원래 그렇다. 주요 이야기 갈래들이 의미 있게 상호작용하지 않고 허무하게 끝난 것도 현실에선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다. 다만 상업 영상을 보는 관객은 진짜 현실 같은 설정을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요소들과 여타 요인들까지 겹쳐 악평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오징어게임3’이 그 정도로까지 망작은 아니다. 보기 드문 정도의 재미는 충분히 제공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대치가 너무 컸다.
차라리 성기훈이 흑화했다면 어땠을까? 성기훈을 히어로로 만들 생각이 없다면 반대로 흑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반란 실패 이후 희망을 잃고, 게임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절망에 빠져 마지막엔 이기적인 ‘오징어게임’형 인간으로 변하는 것 말이다.
다만 그런 결말은 매우 비교육적인데 감독은 그보다는 조금이라도 인간에 대한 믿음이 담긴 따뜻한 메시지를 주려 한 것 같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이 작품을 통해 성기훈의 메시지가 널리 퍼져,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면 좋겠다. 사람이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무한경쟁판의 말 노릇만 해선 안 된다는 것 말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