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장기화… 전기차 신차 판매 '뚝'
중고차 시장서 캐스퍼 일렉트릭·코나 EV 인기
가격 걱정 줄어드니 전기차 타는 사람들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보조금을 한 달 일찍 주면서까지 보급량을 늘리려는 신차 시장과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연식이 낮은 모델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데다 가격 부담감이 낮아지면서 전기차 구매 장벽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케이카에 따르면 1월 대비 6월 중고 전기차 모델들의 가격이 대부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 중고 모델들이 5% 이상 감소한 반면 전기차 모델들은 1~2% 가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 중고차 모델들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곧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중고차 가격은 수요와 맞물려 책정된다. 찾는 이들이 많으면 가격이 자연스레 상승하고, 인기없는 매물은 가격이 낮아진다.
이 같은 현상은 2000만~4000만원대의 중저가 전기 모델을 중심으로 짙어지는 추세다. 케이카에 따르면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의 시세는 4.7% 상승한 2225만원,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도 2875만원으로 1.8% 올랐고, 기아 더 뉴 EV6도 4375만원으로 4.2% 상승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도 1.6% 증가한 3223만원에 거래됐다.
전기차와 대조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중고차 시세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산 하이브리드 차종의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1.6% 하락이 예상되며, 하이브리드가 주력인 일본 브랜드의 평균 시세 역시 전월보다 1.4% 하락할 전망이다. 주요 차종을 보면 ▲기아 K8 하이브리드 -3.2% ▲현대 더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2.9%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2.9% 등으로 나타났다.
캐즘(일시적 정체기)이 지속되는 전기차 신차 시장과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만 판매가 확대된 바탕에는 '가성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 신차의 경우 보조금을 수령하더라도 내연기관 대비 가격대가 비싸게 형성되지만, 중고차 시장에선 보조금 수령 후 가격에 감가상각이 더해지면서 동급 내연기관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 시장에 유독 '새차 같은 중고차'가 많다는 점도 매력도를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출시된 지 5년을 넘기는 모델이 많지 않아 기본적으로 연식이 짧고,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갯수가 적어 연식과 주행거리가 차량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는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캐즘의 돌파구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제한적인 주행거리, 충전 불안감 등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지만, 가격 부담이 해소되는 것 만으로도 전기차를 경험해보려는 소비자가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기차 가격 장벽과 캐즘의 상관관계는 시장에서 이미 입증되기도 했다. 실제 올 상반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1개월 빠르게 책정하고, 제조사들이 전기차 할인 폭을 키우자 전년 대비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7만1833대로, 전년 대비 무려 43.4% 늘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선 가격 및 유지비 측면에서의 장점이 커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 전기차가 잘 팔리기 시작했다는 건 가격이 낮으면 구매해볼 의향이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정부의 추가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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