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보스인데” 야유 받은 홍명보, 싸늘한 팬심 돌릴 수 있나

서울월드컵경기장 =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5.06.11 10:21  수정 2025.06.11 10:29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이끌고도 홈 경기장에 야유 쏟아져

선수들은 신뢰, 이강인은 이례적으로 과도한 비판 자제해달라 당부

브라질 월드컵 실패 되새기며 명예회복 다짐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서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뉴시스

축구대표팀의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음에도 홍명보 감독을 향한 팬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0차전(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4-0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승점 22(6승4무)를 기록한 축구대표팀은 조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3차 예선을 무패로 마쳤다. 한국은 3차 예선에 나선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패배가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을 본선 진출을 축하하는 축제의 장으로 운영했는데 홍명보 감독은 마음 껏 웃지 못했다.


홈에서 모처럼 대승을 거뒀지만 관중들은 홍명보 감독의 얼굴이 전광판에 비칠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주요 선수들이 열렬한 환호를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교롭게도 선발 출전 선수 중 장내 아나운서가 마지막으로 호명한 이강인이 엄청난 환호를 받자마자 홍명보 감독의 소개가 이어졌고, 순간 경기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7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정식 부임했다. 당시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의 불투명한 선임 절차 과정으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대표팀 감독으로 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도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공식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9월 약체 팔레스타인과의 홈경기서 대표팀이 0-0 무승부를 기록하자 홍 감독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쿠웨이트전 대승을 거두기 전까지 홈에서 치른 4경기에서 단 1승에 그친 불안한 경기력도 팬들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지 1년이 다가오는데도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결국 쿠웨이트전 수훈 선수로 선정된 이강인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미디어를 향해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강인은 “홍명보 감독님과 축구협회를 많이 공격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선수들도 협회 소속이고 홍 감독님은 우리의 ‘보스’시기 때문에 너무 비판하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으로 대표팀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월드컵에 가서 더 잘할 수 있다. 최대한 도와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와의 경기를 마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홍명보 감독 체제로 월드컵 본선을 치르기로 한 만큼 현재로서 부정적 여론을 돌릴 수 있는 길은 대표팀이 기대를 안길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북중미월드컵은 홍명보 감독에게 11년 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브라질 대회를 마쳤을 때도 과도한 비판을 받았지만 당시 실패는 좋은 경험이 됐다. 홍명보 감독은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서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했던 상황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공언했다.


홍 감독은 “내년 6월에 과연 어떤 선수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10년 전에는 결과적으로 그 부분을 놓쳤다”고 복기했다. 이어 “당시 모든 선수들 시험해 봤지만 결과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한 선수들이 국내외에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월드컵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홍명보 감독이 본선까지 남은 1년의 시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잃어버린 팬심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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