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일자리 줘도 ‘글쎄’…강력한 한 방 없는 ‘청년바다마을’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5.04.26 07:00  수정 2025.04.26 07:00

해수부, 서천·신안군 대상지로 선정

청년 전용 주택에 일자리까지 제공

저소득, 교육·문화시설 문제 여전

청년층 유인하기엔 한계 분명

'청년바다마을' 설계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해양수산부

정부가 소멸하는 어촌을 살리기 위해 청년층 유입에 팔을 걷고 나섰다. 청년 전용 마을을 만들고 주택을 장기간 저렴한 가격에 임대한다. 양식장 운영이나 어선어업, 김 가공업체에 취업도 시켜준다. 여기에 3년 동안 매달 110만원씩 정착금까지 지원한다.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귀가 쫑긋할 만큼은 아니라는 게 청년들 평가다. 도시, 특히 수도권으로 몰리는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3일 ‘어촌·연안 활력 제고 방안’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는 ‘청년바다마을’ 조성 사업 대상지를 발표했다. 대상지는 충청남도 서천군과 전라남도 신안군이다.


청년바다마을 사업은 만 39세 이하 청년층의 귀어 활성화와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서천군은 김 산업 특구·진흥구역 이점을 살려 김 양식이나 가공을 통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어촌계 양식장 20ha를 신규 귀어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입주민 전용 양식장으로 배정한다.


신안군은 ‘어촌뉴딜300’ 사업으로 정주 여건이 개선된 하우리·진리 2개 어촌계와 업무협약을 체결, 귀어 청년들에게 어촌계 가입 기회를 제공한다. 어선어업과 김, 굴 양식장 임대 등 일자리 지원도 빠지지 않았다.


일자리와 함께 거주지도 제공한다. 서천군은 원룸형(약 26~30㎡) 15호와 가족형(약 50~53㎡) 10호를 단독주택 형태로 지원한다. 신안군 또한 같은 규모의 원룸형 8호와 가족형 21호를 타운하우스 형태로 건설 예정이다.


해당 주택은 임대 형태로 기본 2년,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자녀가 초등학생이면 졸업 때까지 머무를 수도 있다. 현재 어촌에 거주 중인 청년도 대상이다.


임대료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해수부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만원(원룸형)에서 20만원(가족형)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수부는 “청년바다마을 조성 사업을 통해 어촌에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실시하겠다”며 “2027년까지 총 8개소를 선정할 계획이며 사업 성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평가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관이 '청년바다마을' 사업을 브리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문화·오락·여가 등 청년 즐길거리 없어
보육·교육·병원 등 정주 여건 개선 먼저


청년바다마을은 청년 귀어인 유치를 위해 정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대책이다. 다만 이 정도 내용으로 실제 청년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주택 지원과 일자리부터 아쉬움이 남는다. 주택은 규모 면에서 4인 이상 가구가 살기엔 다소 좁다. 최대 6년이라는 거주 기간도 문제다. 6년 이후에는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어촌에는 아파트와 같은 현대식 공간에 익숙한 청년층이 갈만한 집이 많지 않다.


지역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임대료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나,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0만원, 여기에 관리비까지 추가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인천에서 인기를 끌었던 ‘1000원 아파트’와 비교하게 된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재 귀어 청년 가구당 연간 소득 목표를 최소 4000만원 정도로 잡고 있다. 과연 청년들이 연 소득 4000만원으로 어촌 생활의 불편을 감내할지 미지수다. 매달 110만원씩 3년간 받는 지원은 매력적이나, 3년 뒤 지원이 끊어졌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4000만원 소득이 현실화할지도 의문이다. 해수부 조사에 따르면 서천군은 가구소득 78.8%가 월평균 399만원 이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200만원 미만도 48.2%로 절반 가까이 된다. 이런 현실에서 연소득 4000만원은 쉽지 않은 목표다.


집과 일자리 문제가 해결돼도 어촌이라는 공간, 지역적 특수성이 남는다. 어촌에는 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청년들이 즐길만한 취미·오락이나 문화·여가 거리가 부족하다. 영화, 연극, 뮤지컬 공연은 물론 젊은이끼리 어울릴만한 오락 공간도 별로 없다.


교육·보육도 마찬가지다. 학교와 학원, 아동 육아 시설은 도시와 격차가 크다. 여기에 병원, 시장(대형 마트) 등 정주 여건도 청년들 눈높이를 충족할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박승준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청년바다마을 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별로 하는 청년 귀어 사업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과 패키지로 하는 내용도 있다”며 “우리 해수부는 어항이라는 강력한 터전이 있으니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청정 바다마을이 활성화하도록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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