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 학회 개막 D-3
ADC·mRNA 등 차세대 기술 공개
글로벌 빅파마와 협력 기대
세계 최대 암 학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통 제약사부터 떠오르는 신흥 바이오 기업까지 암 정복을 위한 정보 공유 현장에서 기술 이전이나 도입 등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오는 25~3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ACR 2025’에 참가한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양행과 같은 제약사 뿐만 아니라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와 같은 기업도 다수 참석해 자사에서 개발 중인 항암 신약 임상 성과를 공유한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3대 암학회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의료진과 제약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최신 임상 결과 및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한다. 이번 AACR의 핵심 먹거리는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mRNA 등이 될 전망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선 한미약품이 11개 항암 파이프라인을 공개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에선 가장 많은 수다. 한미약품은 표적 항암 신약인 HM97662, HM100714, HM100760, HM101207를 비롯해 차세대 모달리티로 주목 받는 mRNA 플랫폼 기반 항암 신약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STING 단백질을 직접 발현시켜 강력한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STING mRNA 항암 신약은 처음으로 공개된다. STING 단백질의 활성화는 여러 면역 세포의 종양 내 침투를 촉진하고 항암 면역 반응을 강화해 암 진행 억제에 기여한다.
m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신약도 공개한다. p53 돌연변이 암을 표적하는 차세대 p53-mRNA 항암 신약이 대표적이다. 대표적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암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성장한다. 지금까지 암 환자에 높은 비율로 존재하는 p53 변이를 표적하는 치료제 개발이 시도됐지만 상용화된 약물이 없는 상황이어서 m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한미의 연구가 기대를 모은다.
대웅제약도 표적항암제 DWP216, 면역항암제 DWP217, 합성치사항암제 DWP223 등 3개의 파이프라인을 공개한다. 모두 글로벌 무대에서 처음 공개되는 후보물질로 ‘퍼스트-인-클래스’에 도전한다.
대웅제약의 DWP216는 임상 시험 결과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함으로써 뇌 암 및 뇌 전이암까지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모델에서는 기존 TEAD1 단백질 선택적 저해제 및 TEAD 전체 유형 저해제 대비 우수한 종양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EGFR 및 KRAS 변이로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과 췌장암에서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면 암세포의 저항성을 줄이고 기존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이번 AACR 발표는 대웅의 신약 개발 경험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퍼스트인클래스 항암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자가면역과 섬유증 분야에 이어 항암 분야에서도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도 AACR서 자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공개하고 글로벌 파트너사 찾기에 주력한다. 최근 대규모 플랫폼 수주로 부상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유한양행과 함께 이중항체 항암제인 YH32364(ABL104)의 비임상 데이터를 발표한다.
YH32364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T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다. EGFR은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시, 종양 세포의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켜 종양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이런 특성에 따라 항암제 개발의 주요 표적 중 하나로 개발되고 있다.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를 활용해 종양세포가 존재하는 종양 미세환경에서만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시켜 4-1BB 단일항체 고유의 부작용은 줄이고 항암 효능은 강화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차세대 면역항암제인 LCB39 등 ADC 플랫폼 기술이전으로 도출된 후보물질 총 5건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임상 결과를 공개할 리가켐바이오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LCB39는 리가켐바이오가 독자 개발 중인 차세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STING 단백질을 타깃해 선천성 면역세포의 활성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그동안 STING 작용제는 부작용이 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리가켐바이오는 구조를 바꿔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파로스아이바이오가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발굴한 항암제 PHI-501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압타머사이언스도 Trop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압타머 약물 접합체(ApDC) 항암 후보물질 AST-203의 전임상 연구 결과를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학회에서의 긍정적 임상 결과가 글로벌 파트너십 및 기술 이전 등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혁신적인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등 새롭게 출범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성과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