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사고·오류 등 피해 발생시 책임 소재 명확화
5억줄 SW 코드 어떻게 분석?…"미래차산업 발전 걸림돌" 지적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중 소프트웨어(SW)에 제조물 책임을 부과하는 ‘PL(Product Liability)법 개정안’ 발의를 예정 중인 가운데 점차 ‘움직이는 전자기기’화 되고 있는 자동차 분야에도 장기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 한 대에는 최대 150개의 전자제어장치(ECU)와 1억줄(Line) 이상의 SW 코드가 들어간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엔진이나 모터 등 기계장치지만 그 기계장치를 통제하는 것은 SW인 셈이다.
그만큼 자동차와 SW가 깊게 연관돼 있어, 자동차 업계에서는 SW의 PL법 적용 여부에 대한 이슈가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SW는 대부분 기기 자체에 내장된 SW, 즉 ‘임베디드 SW’인 관계로 제조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정안을 통해 SW를 PL법에 포함시키기 이전부터 이미 임베디드 SW 오류로 인한 사고 등의 문제는 제조사의 책임으로 간주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W가 임베디드된 경우 물건 자체가 제조물이 된다”면서 “자동차 ECU에 오류가 생겨서 차가 멈춘다던가 급발진을 한다면, 자동차라는 제조물에 SW가 포함되니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게 법리적으로 맞다. 실제 판례에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이 현 시점에서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와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개정안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분야에서 SW를 적용하는 방식이나 SW 제공자가 다양해질 경우 현행 PL법상으로는 책임 소재에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 부분이 정리될 여지가 큰 것이다.
이상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정책학 박사는 “판례상으로는 임베디드 SW를 제조물로 간주한 사례가 있지만 현행 PL법상으로는 법적으로 명확히 언급된 부분은 아니다”면서 “자율주행 SW 이슈는 기존 자동차용 임베디드 SW와는 또 다른 문제인 만큼 PL법에서 SW 자체를 제조물로 간주하는 내용이 명시된다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율주행 SW나 커넥티드카 운용 SW의 제공 주체가 자동차 제조사와 다를 경우 PL법 개정안의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미래 자율주행차 운행 방식이 자동차와 별도로 각자 취향에 맞는 자율주행 SW를 구매해 장착하는 방식이라면 현행 PL법 상으로는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 커넥티드카에서 외부로부터 받은 SW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지역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이나 애플 등이 별도의 자율주행용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들어 일반 완성차 제조사에서 만든 차에 장착해 사용하는 포맷이 일반화될 경우 기존 PL법상으로는 사고 발생시 제조사는 물론 알고리즘 공급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PL법에 SW가 포함된다면 사고 발생시 알고리즘을 만드는 회사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도 자동차 튜닝 과정에서 튜닝업체가 출력을 높이기 위해 SW를 변경할 경우 현행 PL법 대로라면 사고 발생시 제조사나 튜닝업체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지만, PL법 개정을 통해 정리될 수 있다.
문제는 자동차를 통제하는 알고리즘이 상당히 복잡해 오류가 발생해도 원인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PL법 개정안이 미래 자동차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운행되는 자동차에도 SW 코드가 1억줄 이상 들어가는데, 완전 자율주행차로 가면 SW 코드가 최대 5억줄까지 늘어난다”면서 “오류가 나면 어떻게 입증할 것이며,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PL법 범위를 확장하는 게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SW를 무리하게 적용했다가는 SW를 베이스로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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