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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덕질테크’에 빠진 MZ세대…음악 저작권 공유 시대


입력 2021.04.21 09:17 수정 2021.04.21 10:1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공개된 저작권, 옥션 방식에 따라 상위가격부터 순차적으로 낙찰

저작권자들엔 이익 보장, 개인들엔 투자 수익 안겨

ⓒ뮤직카우 ⓒ뮤직카우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역주행과 함께 주목을 받은 것은 ‘수익’이다. 지난 2월 27일 벅스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모든 음원차트 1위를 섭렵한 이후 한 달이 넘게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보니, 적잖은 저작권료를 챙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제작사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용감한형제가 ‘롤린’으로 받은 저작권료는 ‘0원’이었다.


그렇다면 ‘대박’을 쳤어야 할 저작권료는 어디로 갔을까. 용감한형제는 ‘롤린’의 작사·작곡에서 자신의 권리를 모두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에 넘겼다. 2018년 론칭한 뮤직카우는 주로 블랙마켓에서 거래되던 저작권 거래를 양지로 끌어올린 플랫폼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체 개발한 저작권료 예측시스템을 통해 과거 저작권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저작권료를 계산,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산정해 원저작권자에게 한 번에 전달한다. 플랫폼은 매입한 저작권료를 주식처럼 작게 분할해 옥션으로 공개하고, 옥션 마감 후 상승분의 50%를 원저작권자에게 추가로 전달한다. 저작권자들의 이익을 보장함과 동시에 아티스트의 팬을 비롯한 개인들이 일반 주식처럼 저작권 일부를 매입해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실제 지난 2월까지 옥션 최저가 2만3500(단위 캐쉬)이었던 ‘롤린’의 저작권 1주당 가격은 현재(20일) 55만5000까지 오른 상황이다. 종가 기준 지난 17일에는 77만5000까지 치솟았다. 이날은 용감한형제와 브레이브걸스가 출연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 방송된 날이다. 한 네티즌 역시 “지난 17일 오후 5시까지만 해도 10만원대였던 평가손익이 오후 10시에 25만원까지 올랐다”는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20~4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예전만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시대가 오자 투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와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자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그런데 암호화폐 시장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MZ세대들은 음악 저작권과 미술품에 투자하거나, 한정판 상품을 되팔아 차익을 보는 등 또 다른 투자 방식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저작권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포크록 가수 밥 딜런은 지난해 말 약 60년 동안 작곡한 노래 600여 곡을 유니버설 뮤직 그룹에 매각했다. 또 그래미를 석권한 ‘라틴 팝의 여왕’ 샤키라와 헤비메탈의 전설인 메탈리카 외에 닐 영, 스티비 닉스 등도 최근 여러 기업에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도 저작권 거래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MZ세대들에게 음악 저작권 투자는 이른바 ‘덕질테크’로 불린다. 이는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는 ‘덕질’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즉 수익과 정서적인 만족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음악 저작권 투자의 가장 큰 강점이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현재 누적 고객은 30만명 정도인데, 그 중 70%가 2030세대다. 최근 가요계 이슈와 MZ세대의 투자 열풍이 더해지면서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 뮤직카우엔 5000곡 정도의 권리를 확보하고 있는데, 아직은 매물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예로 아이유를 검색하면 단 다섯 개의 음악이 나온다. 이중 아이유의 곡은 ‘BOO’와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여자라서’(‘로드넘버원’ OST) 세 곡이 전부다. 이와 함께 아이유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god의 ‘노래 불러줘요’와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 OST인 ‘러브 델루나’가 검색된다.


아직 론칭된지 3년여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향후 얼마나 많은 곡들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중은 물론 아티스트 등 저작권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협업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특히 메이저 음악 시장은 물론, 데이브레이크·소란·쏜애플·설(SURL) 등이 소속된 엠피엠지(MPMG)와 제휴를 맺으면서 인디 밴드와 싱어송라이터 등의 음악까지 플랫폼을 확장시키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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