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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장구친 '도시재생' 우수 사례…상인 내몰리고, 사업 폐지 요구도


입력 2021.04.21 06:00 수정 2021.04.20 16:34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기껏해야 놀이터나 주민공용공간 건립이 전부

"보존에 무게 둔 도시재생 실패할 수 밖에 없어"

도시재생 사업이 완료된 창신동 일대.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창신동 재개발 준비위원회 도시재생 사업이 완료된 창신동 일대.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창신동 재개발 준비위원회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도시대상' 도시재생 부문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며 수상한 지역들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세입자인 상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고, 어떤 곳은 도시재생 사업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도시대상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도시의 지속가능성 및 생활 인프라 수준 평가' 결과 우수한 성적을 거둔 지자체에 수여되는 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본격화된 2019년부터는 도시재생 부문에 부여하는 상만 3개로 늘어났다.


21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2020 대한민국 도시대상' 도시재생 분야에서 서울 성동구는 국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수제화 거리 등 지역문화특화 가로조성 사업으로 유동인구가 증가하는 등 지역 상권이 활성화된 점이 수상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수제화 거리는 성수동의 수제화 산업이 그간 쇠락화가 이뤄지자, 토착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도시재생 일환으로 조성됐다. 사업비는 10억원이 투입됐다.


이런 취지와는 달리 수제화 제작공들은 치솟는 임대료에 내몰리고 있다. 2018~2019년 매장 500여곳 중 170여곳이 폐업했고, 지난해에는 50여곳이 사라졌다. 수제화 가게가 폐업하고 나간 곳을 카페가 차지하고 들어오면서 이제는 수제화 거리가 아닌 카페 거리로 불릴 정도가 됐다.


상도4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으로 지난 2019년 도시대상에서 도시재생 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동작구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상도4동 주민들은 도시재생 사업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해 3기 신도시 중단과 도시재생 폐지를 촉구했다. 도시재생 반대서명도 모아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한 상태다.


강대선 도시재생 폐지 및 재개발 연대 위원장은 "놀이터 하나 무슨 건물 하나 지어놓고 도시재생 우수사례라니 이게 말이 되냐.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행위다. 우리는 도시재생 당한 것"이라며 "주민들은 도시재생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이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사업 자체가 변화가 아닌 보존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도시재생은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현재 사업지들을 보면 일부 수선한 정도거나 놀이터나 주민공용공간 등의 건립이 전부"라며 "무조건적인 보존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단순히 사업을 홍보하려는 정무적인 판단에 현실은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상을 뿌린 것이 아닌가 싶다"며 "주민 참여도 못 이끌어냈을 뿐더러 사업 자체가 보존이라는 틀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도시재생을 이끌어 내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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