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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펴고 격분’ 수베로 감독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입력 2021.04.18 13:41 수정 2021.04.18 13:4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수베로 감독, NC 원정서 스리볼 이후 나성범 타격에 불만 제기

한국 야구에 없는 미국 불문율..윌리엄스 감독처럼 먼저 확인해야

맷 윌리엄스 감독(자료사진). ⓒ 뉴시스 맷 윌리엄스 감독(자료사진). ⓒ 뉴시스

"기준은 상대적이다. 내가 먼저 한국 야구의 문화와 규칙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BO리그 데뷔 첫 시즌 ‘불문율(?)’과 부딪혔던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의 말이다.


지난해 10월 16일 잠실야구장서 펼쳐진 ‘2020 KBO리그’ KIA-LG전. 윌리엄스 감독이 7회말 LG 공격 때 통역 담당과 그라운드에 나와 3루 베이스 옆에 있는 LG 김재걸 코치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감독이 경기 중 상대팀 코치를 찾아 말을 거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나눈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0-7 뒤진 7회 1사 1,3루. KIA는 큰 점수 차로 인해 1루수를 베이스 뒤에 빼는 수비를 펼쳤다. 주자를 견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도루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불문율도 적용된다. 그러나 김민성이 풀카운트서 먼저 스타트를 끊었고, 양석환의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윌리엄스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정한 몇 가지 불문율이 있는데...”라며 “1루수를 뒤로 빼서 수비를 하고 있는데 주자가 2루로 가면서 득점까지 연결됐다. 김 코치에게 이에 대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불문율 관련 규정이 미국과 한국이 다를 수 있기에 그런 부분도 확인했다”며 “기준은 상대적이다. 내가 먼저 한국 야구의 문화와 규칙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에서 야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가운데-자료사진). ⓒ 뉴시스 수베로 감독(가운데-자료사진). ⓒ 뉴시스

올 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한화 이글스 수베로 감독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17일 창원NC파크에서 벌어진 한화-NC전. 4-14로 10점 이상 뒤진 한화의 수베로 감독은 야수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지난 10일에도 수베로 감독은 10점 이상 끌려가는 경기 종반 야수를 투수로 기용한 바 있다. 패색이 짙은 경기에서 불펜 투수를 소모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동한 교체 작전이다.


정진호는 110km 이하의 공을 잇따라 던졌다. 3개 연속 볼이 되면서 볼카운트는 3B가 됐다. 4구째는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고, 타자 나성범은 방망이를 돌렸는데 파울이 됐다. 타격 직후 한화 수베로 감독은 손가락 3개를 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과 올해 KBO리그에 들어온 외국인 코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와 달리 옆에 있던 한국 코치들이나 선수들은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NC 이동욱 감독은 한화 더그아웃 쪽을 가리키며 심판에게 항의하며 반응했다.


수베로 감독이 손가락 3개를 편 것으로 볼 때, 크게 앞선 스리볼 상황에서 나성범이 스윙을 한 것에 격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메이저리그라면 나성범의 공격은 불문율에 해당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야구 문화는 분명 다르다. ‘빠던(배트 플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이다. 몸에 맞은 공을 던지고 투수가 타자에게 가볍게 미안함을 표시하는 게 한국 야구 문화다. 큰 점수차로 뒤지고 있을 때 스리볼에서 배트를 휘두르면 안 된다는 불문율은 없다. 상대를 조롱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몰라도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


격분하기 전에 ‘초짜’ 수베로 감독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KIA 윌리엄스 감독처럼.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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