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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공유, '서복'으로 되돌아본 삶의 가치와 방향


입력 2021.04.18 14:21 수정 2021.04.18 14:3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5일 개봉…박스오피스 1위

ⓒ매니지먼트 숲 ⓒ매니지먼트 숲

배우 공유는 '서복' 출연 제안을 받고 주춤했다.


영화가 던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자신이 감당 하기엔 너무 심오한 이야기라 겁을 먹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물음이 계속해서 그를 잡아당겼고, 이용주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에 '서복'의 민기헌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 되돌아봐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이 서복(박보검 분)을 노리는 여러 세력의 추적 속에서 특별한 동행을 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공유가 연기한 민기헌은 시한부를 선고 받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삶에 집착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기헌 앞에 나타난 서복은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무한한 존재인 서복과 유한한 존재인 기헌이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구원하는 것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왜 사는데?'라고 제게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서복'의 메시지는 누구나 한번 했을 법한 고민이긴 했지만 그래도 겁이 났어요. 그런데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감독님을 만난 후 제가 해석한 '서복'과 방향성이 일치해 출연 하기로 했죠.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독특하고 신선해서 도전하고 싶었어요."


공유가 생각한 민기헌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어둡고 우울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용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민기헌이 말도 없고 굉장히 다크한 사람이라고 해석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지만 전형적인 아웃사이더 느낌은 아니길 바라셨어요. 주변 사람들한테 농담도 던지고 인간미가 보이길 바라셨죠. 이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서복'은 민기헌이 집 안에서 병의 고통에 시달리고 신음하며 시작된다. 공유는 어둠 속에서 세상과 단절돼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민기헌을 외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4개월 정도 식단 조절을 조절했다.


"식단 조절은 나이가 들어서 오는 힘든 부분이 있지만 예전에 더 혹독하게 했기 때문에 제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예민해지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 살아있음이 느껴져서 즐기는 편입니다. 저는 첫 장면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헌이 등장했을 때 누가봐도 시한부임을 각인시키고 싶었거든요. 그걸 표현하는게 외적인 이미지고요. 그래서 사실 이것보다 더 가고 싶긴 했는데 주변에서 지칠까봐 만류하더라고요."


ⓒ매니지먼트 숲 ⓒ매니지먼트 숲

영화에서 기헌은 시간이 지날 수록 서복을 향한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공유는 서복을 바라보는 눈빛이나 감정에 답을 갖고 연기하진 않았다. 상황마다 자신이 느끼는 본능에 충실했다.


"서복이란 복제인간의 특별한 능력을 실감하긴 하지만 그냥 자신이 보호해야 할 아이로 봤을 것 같아요. 이후 서복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게 되며 연민이 생기고요. 또 서복과 함께한 시간들이 기헌에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는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 말미 서복을 향한 기헌의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아요."


기헌은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생명을 놓지 못한다. 공유는 기헌이 삶에 집착하는 이유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죽음 앞에서 누가 용감할 수 있을까 싶어요. 우리 모두 유한한 존재니까요. 죽음 앞에 두려움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약함이고 인간의 본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삶이 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삶과 죽음에 대해 묻는다.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 과연 축복일지, 영원한 생명을 얻음과 동시에 추락하는 삶의 가치 등 배우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한다. 연기한 입장에서 공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물었다.


"바닷가에서 서복이 '민기헌 씨는 살릴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요?'라고 묻는 대사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마치 신이 유약한 인간을 살릴 만한 가치가 있냐는 것을 묻는 것 같았거든요."


ⓒ매니지먼트 숲 ⓒ매니지먼트 숲

'서복'은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인해 연기하다, 국내 최초로 극장과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티빙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공유는 이 현상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새롭다.


"처음 겪는 새로운 일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흐름인 것 같아요. 저는 개봉하지 못할까봐 너무 걱정했거든요. 극장과 집에 동시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이런 사례가 늘어날 것 같아요."


공유는 '서복'이 던진 질문에 아직까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의 답을 깨달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고민을 안겨준 '서복'은 공유에게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본인이 했던 연기나 작품을 보고 명작이라고 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서복'에 참여한 모든 시간이 의미가 있었고 좋았거든요. 배우로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한 번쯤 인생에서 심도있게 고민해 볼 가치를 던져준 작품입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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