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방송 뷰] '아내의 맛'→'조작의 맛'으로 본 관찰 예능의 민낯


입력 2021.04.11 09:00 수정 2021.04.10 19:14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아내의 맛' 폐지 아닌 시즌 종료

ⓒ

TV조선의 간판 프로그램 '아내의 맛'이 조작 논란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장했다. 관찰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등진 탓에 함소원과 '아내의 맛' 제작진은 해명과 사과에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연예인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친근감을 선사하는 매력으로 사랑 받았던 관찰 예능의 어두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꼴이 됐다.


TV조선은 지난 8일 최근 불거진 함소원의 방송 조작 의혹과 관련해 "모든 출연진과 촬영 전 인터뷰를 했으며, 그 인터뷰에 근거해서 에피소드를 정리한 후 촬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면서 "다만 출연자 재산이나 기타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프라이버시 문제로 사실 여부를 100% 확인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함소원씨와 관련된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하게 됐다. 시청자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13일을 끝으로 '아내의 맛'은 시즌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함소원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조작 논란은) 모두 사실이다. 전부 다 세세하게 개인적인 부분을 이야기 하지 못했다. 과장된 연출 하에 촬영했다"고 인정했다.


함소원과 진화 부부는 2018년 6월 '아내의 맛'에 합류해 화제성과 흥행에 큰 기여를 했다. 18살 차이 나는 한중 부부의 신혼 이야기는 문화, 세대 차이를 벌리고 봉합하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시부모 별장 가짜 의혹, 함소원의 시어머니 막내 이모 대역을 함소원이 했다는 등 여러가지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


ⓒ

관찰 예능 프로그램들은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일상에 진정성이란 가치를 강조한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그 모습이 실제라고 판단하고 몰입한다. 예로 함소원은 '아내의 맛'에서 불거진 싸움이나 갑질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SNS에서 해명을 하며 지금까지 프로그램과 사생활을 경계를 두지 않았다. 이는 관찰 예능이라서 가능했던 그림이다.


사실 관찰 프로그램들의 조작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대본 논란으로 가상 부부들의 결혼 생활에 몰입을 떨어뜨렸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방송에 대본으로 보여지는 문서가 포착돼 리얼 육아예능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관찰 예능 뿐 아닌, '1박 2일', '무한도전' 등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들도 출연자들의 감탄사까지 적혀 있는 대본 의혹으로 잡음을 일으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찰 예능을 만드는 제작진은 진실과 허구 속에서 프로그램 만의 기준점을 명확하게 가져가야 한다. 장소 섭외, 출연진들의 동선, 스케줄 정리 등 프로그램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어느 정도 대본과 설정이 필요하다는 건 시청자들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설정이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닌, 단순히 시선끌기로 악용되는 순간 '아내의 맛'처럼 자멸하는 건 한 순간이다.


현재 SBS '동상이몽', '미운우리새끼',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나 혼자 산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관찰 예능 프로그램들이 오랜 시간 사랑 받고 있다. '아내의 맛'이 쏘아올린 조작 논란이 제작진과 출연진 스스로 돌아보고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능 작가는 "정말 제작진이 함소원의 조작을 몰랐을까 싶다. 출연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관찰 예능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몰랐다면 무능력을 인정하는 거고, 알고서도 넘어간 것이라면 시청자 기만과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카메라 앞에서 100% 솔직한 연예인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지만 수많은 스태프 아무도 의심가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많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들이 '조작 아냐?'란 기본적인 의심을 받게 됐고 시청자들은 더욱 매서워질 것이다"라고 짚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