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폭탄 초토화 부동산 시장...“거래는 절벽, 가격은 더 오른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입력 2021.03.17 05:00  수정 2021.03.1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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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갖고 있어도 죄, 못 가져도 죄인 세상 아니냐”

공시가 급등에 전월세 상승, 조세전가로 나타날 것

남양주 다산 거주민 “부동산 세금 걱정할 줄 몰랐다”

잠실 공인중개업소 “강남 다주택 매물, 이미 다 나와”

남양주 다산 신도시 모습 ⓒ김희정 기자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최소 10년 동안은 실거주할 생각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집을 팔아서 차익을 볼 생각도 아니고, 손에 들어오는 것은 없는데 세금만 쑥쑥 빠져나가네요. 부동산 세금 무섭다는 말은 서울에서나 통하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16일 남양주 다산 신도시에서 만난 30대 A씨는 급등한 공시가격이 ‘무섭다’, ‘세금폭탄은 나와 관련이 없는 줄 알았다’는 말부터 했다. 이날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시작되는 날이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부과 기준이 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19.08%로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A씨가 거주하는 다산 아이파크 98㎡(이하 전용면적) 공시가격은 6억6100만원으로 지난해(5억2400만원)보다 26.1%나 올랐다. A씨는 지난해 약 120만원의 재산세를 낸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이기에 종부세 대상자는 아니다.


A씨는 “오랫동안 무주택자로 있었고 솔직하게 말하면 집값이 폭등하기 전에 구매를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면서도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세금도 눈에 보이게 오르니 내년엔 또 얼마나 오를지 두려울 지경이다. 요즘은 집을 갖고 있어도 죄, 못 가져도 죄인 세상인 것 같다”고 한탄했다.


남양주 다산 신도시 모습 ⓒ김희정 기자

인근 다산한양수자인리버파크에 거주하는 B씨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이 아파트 98㎡ 공시가격은 지난해 4억8900만원에서 올해 6억5900만원으로 올랐다. 현재 시세는 10억원으로 지난 2019년 5~6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B씨는 “누군가는 집값이 두 배 올랐으니 좋지 않냐고 말할 수 있지만, 내 집이 두 배 올랐다는 것은 다른 집도 그만큼 올랐다는 것 아니냐”며 “결국 실익도 없는데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세금만 왕창 걷어간다”고 강조했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전·월세 상승이나 반전세 전환으로 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시가격 열람 시작 첫날인 만큼 아직 집주인들이 본격적으로 가격조정을 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전월세 상승이 결국 세입자에게 조세전가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힐스테이트 다산 인근 C공인 관계자는 “84㎡ 기준 현재 전세매물은 5억5000만원으로 형성됐다. 설 연휴가 지나고 전세매물이 조금씩 쌓여 한달 전보다 조금 저렴해진 것”이라며 “공시지가 이슈가 있어 곧 집주인들이 하나둘씩 가격을 올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지금보다 매물이 쌓인다고 해도 전세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저렴하게 나온 전세매물이 빠지고, 비싼 매물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지난 수개월 동안 패턴이다. 매매·전세에서 모두 매수자와 매도자의 끝없는 눈치싸움이 오간다”고 설명했다.


남양주 다산 신도시 모습 ⓒ김희정 기자

실제로 서울과 경기에선 매매와 전세매물은 올해 초와 비교해 쌓이고 있지만, 거래량은 절벽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12.7%, 경기 아파트 매물은 14.3%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거래량은 서울이 3143건(지난해 8301건), 경기가 1만3973건(지난해 3만1962건)에 그쳤다.


전월세 매물은 서울이 27.1% 경기가 11.1% 늘었으나, 거래량은 지난해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주공5단지. ⓒ김희정 기자

특히 서울에서는 세금 부담으로 인해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기산일인 6월1일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강남구 D단지의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21억7000만원에서 올해 25억1000만원으로 올랐다. 보유세는 1424만원에서 올해 2166만원으로 예상한다.


만약 다주택자로 올해 공시가 15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한 개 더 갖고 있을 경우 보유세는 지난해 4997만원에서 올해 1억2089만원으로 급등한다.


잠실역 인근 E공인 대표는 “공시가격 인상은 지난해부터 예고된 일이고, 6월 전 처분하려는 강남 다주택자들의 물건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다”며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은 오히려 인상한 공시가격만큼 값을 더 올려 집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새내역 인근 F공인 관계자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강남 아파트 가치를 더 높인 것이 아니냐”며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대통령 선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지금팔면 손해, 조금만 더 버티자는 것이 강남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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