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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CG 기술력 떨어지고 스토리 빈약"하던 韓 크리처물의 진화


입력 2020.12.22 08:36 수정 2020.12.22 08:3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국내 크리처물, 기술력보다 스토리가 성패 이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스위트홈'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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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존재나 괴물을 뜻하는 Creature과 작품을 뜻하는 물(物)의 합성어인 크리처물은 해외에서는 익숙한 장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불모지다. 한국 영화계 크리처물 첫 씨앗을 뿌린 작품은 1967년 고(故)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로 많이 뒤떨어진 기술력을 보여주지만 당시 한국 영화 환경을 감안한다면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고 김기덕 감독이 문을 열었다면 심형래 감독은 감독으로 크리처물에 계속 문을 두드렸다. 1992년 '영구와 흡혈귀 드라큐라', '영구와 공룡 쮸쮸', '티라노의 발톱',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 등 심형래 감독이 기획,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CG 기술을 도입한 괴수 영화 '용가리'를 1999년에 선보였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이후 2007년 300억원 제작비를 투입해 '디 워'에 그 동안의 기량을 쏟아부었다. 공룡이 LA를 파괴한다는 내용의 유치한 설정이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제외한 편집과 음향 등 영화를 다듬는 작업은 모두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맡아 미국식 블록버스터의 구색을 갖췄다.


'디 워'보다 1년 일찍 선보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한국의 크리처물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강의 독극물을 먹고 돌연변이가 된 괴물을 표현하는 기술력은 물론 괴물이 등장했을 때 나타나는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 소외된 시민, 피해자 가족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따뜻한 가족애까지 균형있게 잘 표현했다. '괴물'은 2006년 개봉 당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에서도 크리처물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겼다.


'7광구', '차우, '물괴' 등은 한국형 크리처물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로 관객 앞에 섰으나, 혹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7광구'는 괴생명체와 대원들의 사투를 담았고 괴물들을 표현한 기술력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연출과 개연성 없는 전개로 쓴 맛을 봤다. '물괴'는 사극 액션 크리처물을 표방했으나, 낡고 뻔한 이야기와 캐릭터의 서사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의 크리처물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 건 좀비물로 발현됐을 때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김 성훈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는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부산행'은 1156만 관객을 돌파하며 해외 160여개국에 판매됐다. 북미에서는 '부산행'을 리메이크하겠다고 밝히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최근 공개한 이응복 감독의 넷플릭스 '스위트홈'도 특수효과와 분장 VFX에서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의 본 적 없는 크리처물'이란 칭찬을 듣고 있다. 이같은 평가에 이응복 감독은 "소재확장과 스토리라인 고민을 하며 얻은 성과 같다"고 돌아봤다.


다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과 '스위트홈'은 각각 약 50분씩 6회와 10화로 이뤄져있어 국내 영화 작품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2시간이란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에 비해 시간적 우위에 있고, 탄탄한 제작비도 뒷받침 돼 있었다. '스위트홈'은 회당 30억, '킹덤'은 회당 20억이 투입됐다. 하지만 한국 제작진이 구현해낸 크리처물 정점에 선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 관계자는 "'부산행', '킹덤', '스위트홈'은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한국의 크리처물이다"라면서도 "이야기 면에서 조금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한국의 괴수는 갈등의 원인이나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장치로 끝난다. 괴수를 장치적으로 끝낼 것이 아닌 사람과 같은 서사를 부여해 극의 중심으로 끌어올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부분이 많이 시도되지 않는 것 같다"고 크리처물의 진화를 짚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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