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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유진 "'펜트하우스' 오윤희의 욕망, 흥미로웠다"


입력 2020.11.26 08:17 수정 2020.11.26 08:1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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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 출신 배우 유진이 둘째를 출산한 후 5년 만에 영화 '종이꽃'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컴백했다. 그의 복귀를 기다려온 팬들은, 극과 극의 모습을 담은 유진의 연기에 반색했다. '종이꽃'에선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지만 딸을 꿋꿋하게 키워내는 싱글맘으로, '펜트하우스'에선 딸을 위해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격이 밝고 유쾌한 인물이라고 스스로 고백한 유진은, 캐릭터를 구축할 때 자신의 성향을 배제하지 않고,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균형을 고민한다. '종이꽃'의 은숙은 다른 작품보다 조금 더 자신의 성향이 묻어있다고 전했다.


"'종이꽃'에서 은숙은 상처가 많고 남편으로부터 학대 받은 여자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아요. 누구나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있을 수 있는데, 은숙은 강인하게 버텨내고 희망을 갈구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펜트하우스'에서 유진이 연기하는 오윤희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연기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 동안 위기와 고난 속에서도 캔디처럼 상처를 극복했던 연기를 주로 해왔던 유진은 딸을 위해 복수를 감행하는 윤희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드라마가 내재된 욕망을 다룬 것 자체가 흥미로웠어요. 복수를 하는 역할을 하면 희열을 느낄 줄 알알는데 아니더라고요. 솔직히 통쾌하진 않아요. 나름의 캐릭터 명분이 있지만 복수는 좋지 않은 행동을 돌려준다는 거잖아요. 정답은 아닌 것 같아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과거와 달리, 드라마 촬영 현장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다. 유진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체력 안배를 하며 캐릭터에 조금 더 몰입해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촬영장 그림이 완전히 바뀌었더라고요. 노동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고요. 예전에는 밤샘 촬영을 해서 힘들었거든요. 이제는 여유가 조금 있어지니, 그 시간을 캐릭터 연구나 연기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대신 촬영 기간이 많이 늘어났죠. 그래서 1년 넘게 촬영하는 드라마도 있더라고요. 드라마 환경이 변해가는 과도기인 것 같아요."


그는 드라마 촬영 환경이 바뀐 만큼,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늘어난 것도 반가운 흐름이라면서 즐거워했다.


"이제 싱글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나 좋고요.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은 확실히 정해진 것 같아서 아쉬웠거든요. 지금은 예전보다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다양해진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배우들도 많고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장르에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유진은 5년 만에 촬영장을 누비며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됐지만, 집에서 아이들 육아를 맡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복귀를 번갈아가면서 할 수 밖에 없는 배우 부부인 덕분에 서로의 고충을 더 이해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고백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잘 봐줘서 연기를 마음 놓고 할 수 있어 다행이죠. 촬영이 아무리 고되도 육아보다는 쉽기 때문에 나와있으면 미안해요."


어떤 배우들은 만족스럽지 않거나, 혹은 민망해서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유진과는 먼 이야기였다.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 푹 빠져 연기와 줄거리를 감상한다. 그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TV로 보는 재미가 있다"고 웃어보였다.


"저는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잘 모니터하는 편입니다. 모니터 막상 하면서 제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또 같이 해요.(웃음) 또 다른 배우는 저 장면을 어떻게 찍었나 보는 재미도 있고요."


그는 좋아하는 연기를 업으로 삼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활동할 수 있다는 일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생업 수단인 직업이 된 이상,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직,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목격했기에 지금이 더 소중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그런 감사함이 제가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기라는 건 항상 설레는 직업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만들어나가는 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작품 하나 끝내면 쉬어야지 싶다가도 바로 일이 하고 싶어지거든요."


올해 40대에 접어든 유진은, 과거보다 조금 더 연기에 욕심을 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목표다. 20대 시절, 고된 촬영에 지쳐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다작을 하지 않은 것이 이내 마음에 걸려보였다.


"솔직히 두 아이의 엄마가 배우로 활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죠. 또 남편과 일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도 그렇고요. 어느새 제가 40세가 됐네요. 되돌아보니 그 동안 일 년에 한 작품씩 하긴 했는데 그 이상의 욕심을 내진 않았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니 그 점이 아쉬워요. 조금 더 다양한 캐릭터를 욕심 냈으면 더 많은 기회가 열리지 않았을까요. 당시는 촬영이 너무 고되서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한 해에 두 세 작품 하는 배우들이 신기했죠. 이제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단 생각을 해요."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에 갈증을 느끼는 유진에게,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유진은 호탕하게 웃으며 고민없이 "할리퀸"이라고 대답했다.


"할리퀸 너무 멋있지 않나요? 할리퀸을 주제로 한 영화, 드라마가 몇 있지만 마고로비가 연기한 할리퀸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정신과 의사가 사랑에 빠져서 완전히 변한다니 설정 자체가 파격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액션도 좋아하거든요.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네요."


유진은 1997년 18세에 데뷔해 2020년 40세가 된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이 이제는 가족같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한결같은 신뢰와 사랑을 받는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라 유진은 팬들에게 더 감사하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작품으로 컴백할 때마다 팬들에게 '나 아직 살아있어, 기다렸지?'라고 말을 건네는 느낌입니다. 팬들도 이제 제가 육아를 하고 있으니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줘요. 새 출발은 아니지만 5년 만의 컴백이니까 팬들 앞에서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긴장도 되고 기대되 되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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