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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내부엔 '솜방망이'…금융사엔 소비자보호 잣대로 '몽둥이'


입력 2020.10.29 06:00 수정 2020.10.28 13:5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룸살롱서 검사계획서 건넨 직원에 경징계 판매사엔 중징계 휘둘러

'금융소비자보호' 명분 내세워 향후 책임까지 금융사 몫으로 돌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8년 7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018년 7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금융사에게 '무한책임'을 물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에는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최근 라임에 대한 검사계획 문건을 룸살롱에서 청와대 행정관에게 건넨 직원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려 공분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사에 대한 '금융소비자 보호'을 당부하는 메시지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금융당국을 향한 책임론의 화살을 금융사쪽으로 돌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에 대한 기관제재와 임원직무 정지 등 중징계를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연일 금융소비자보호를 주문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7일 금융의날 기념식 축사에서 "이런 때일수록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윤 원장은 "은행권의 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초래된 금융소비자 피해를 적극 구제해달라"며 "사모펀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은행의 펀드판매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당국이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과 향후 관행 개선 대책까지 금융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금융사 한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는 물론 내부 통제 미비를 근거로 CEO에 대한 중징계를 내리는 건 금융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전가"라며 "이런 논리대로라면 금감원 직원이 검사계획서를 당사자에게 건네는 등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금감원장도 징계를 해야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 CEO징계 논리대로라면 내부통제 실패한 금감원장도 징계해야"


이미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에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며 총체적 내부통제 부실을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뇌물을 받고 문건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윤모 전 국장은 옵티머스 대표에게 금융권 인사를 소개해 주는 대가 등으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와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더욱이 금감원은 라임 검사계획서를 외부로 유출한 직원에게 감봉 3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또 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검사 계획서 유출 사실이 6개월 전 검찰 수사에서 적발됐지만, 국정감사를 앞둔 이달 초에야 뒤늦게 경징계로 매듭지었다. 금융권에선 사기를 막고 적발해야할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사기꾼을 돕고, 내부 비위 문제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장 금감원 내부에서는 체면을 구긴 것을 넘어 감독당국으로 권위와 신뢰가 떨어진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실제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징계 대상에 오른 KB증권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금융사가 아닌 금감원에 있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도 금감원의 부실 감독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2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펀드 사기에 대한 부실 감독으로 피해를 키운 금감원을 공익감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1일에도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핵심은 금융 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할 금융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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