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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메모리즈①] ‘좀비탐정’ 황보라, ‘김혜수 드림’ 받고 활짝…인연의 시작은 그때


입력 2020.10.28 10:23 수정 2020.10.29 09:1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후배 황보라에게 선배 '김혜수 드림' ⓒ데일리안DB 후배 황보라에게 선배 '김혜수 드림' ⓒ데일리안DB

배우 김혜수가 후배 황보라가 출연 중인 드라마 ‘좀비탐정’에 음료차를 선물했다.


“황보라 님의 ‘좀비탐정’을 응원합니다!! 김혜수 드림”.

“스태프·연기자 여러분 맛난 음료 드시고 힘내세요!! 김혜수 드림”.


사진 속 황보라는 KBS2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에 등장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하얀색 원피스에 빨간색 부츠를 더해 맵시를 뽐냈다. 배우 황보라는 공선영을 연기 중인데, 시사프로그램 작가였다가 김무영(원래는 강민호, 최진혁 분)의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공선지(박주현 분)의 언니다.


이것이 배우 황보라다. 공선영의 강렬한 등장 ⓒ출처=네이버포스트 패션의아이콘토리 이것이 배우 황보라다. 공선영의 강렬한 등장 ⓒ출처=네이버포스트 패션의아이콘토리

드라마 첫 회부터 머리카락에 일명 ‘그루프’를 왕관처럼 잔뜩 말고 강렬하게 등장했고, 동생 병문안 갈 때도 가족과 외식할 때도 5060세대가 입을 법한 원피스에 1990년대 입술화장처럼 진한 라인 안에 립스틱 채워 바른 화장법은 그대로였다. 공선영이 아니라 평소 황보라의 모습, 사진이 작아 프랑스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를 닮은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감각 있는 패션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드라마 '하이에나'의 정금자와 심유미(오른쪽부터) ⓒ황보라SNS 드라마 '하이에나'의 정금자와 심유미(오른쪽부터) ⓒ황보라SNS

김혜수가 황보라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스태프에게 선물을 보낸 데에는 인연이 깊다. 가까이는 지난 2~4월 방영한 SBS 드라마 ‘하이에나’지만, 실제론 더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에나’에서 황보라는 윤희재(주지훈 분)의 고교동기 심유미로 분했는데, 정금자(김혜수 분)가 윤희재에게 접근하는 데 있어서 심유미의 고교동창 행세를 하며 정금자와 가까워졌다. 가짜 인연으로 시작했으나 마음으로 끈끈해져서 정금자는 심유미를 속이는 것에 대해 마음이 쓰여 비밀을 공유했고, 심유미는 정금자를 발 벗고 도우면서 두 사람은 각별해졌다. 심유미는 윤희재의 친구이자 로펌 동료 가기혁(전석호 분)과 ‘꽁냥꽁냥’ 사귀기도 했다.


배역과 관계는 기본적으로 연기력으로 소화한다. 언제나 정통으로 그 인물이 되는 선배 김혜수는 말할 것도 없고 후배 황보라 역시 연기력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계산되지 않은 연기, 동물적 본능으로 연기하기에 황보라의 연기는 언제나 자연스럽고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실재와 비슷하면 연기에 더욱 감칠맛이 도는 것도 사실이다. 김혜수와 황보라는 현실에서도 각별하다, 그 친밀함이 드라마 ‘하이에나’에 그대로 묻어나 두 인물의 갑작스러운 의리와 우정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영화 '좋지 아니한가' 스틸컷. 배우 김혜수, 황보라, 유아인(오른쪽부터)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제공 영화 '좋지 아니한가' 스틸컷. 배우 김혜수, 황보라, 유아인(오른쪽부터)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제공

두 배우의 현실 우정은 그때도 김혜수의 베풂에서 시작됐다. ‘그때’란 영화 ‘좋지 아니한가’(2007) 때다. 천호진과 문희경 배우가 부모로, 김혜수가 무협작가 꿈꾸는 이모로, 유아인이 전생에 왕이었다고 믿는 아들 용태로, 황보라가 4차원 개성을 지닌 딸 용선으로 가족을 이룬다. 용태가 좋아하는 하은에 정유미가 출연하고, 용선이 좋아하는 선생님 경호로 박해일이 우정 출연할 만큼 쟁쟁한 배우들이 한데 모여 찍은 요절 복통 코미디다. 늘 다시 봐도 기분이 쨍해지는 영화이고, 개성 넘치는 작품이다.


그때 김혜수는 신인 황보라에게 커다란 상자 3개를 건넸다. 이제 한창 배우이자 연예인의 길로 들어선 후배에게 옷을 그득 담아 선물했다. 김혜수는 입던 옷이라고 겸양했지만, 부산에서 상경해 서울살이하는 터라 각종 행사에 입고 나갈 옷이 여의치 않았던 황보라에겐 ‘보물상자’였다. 당시 “매니저보다 덜 버는” 황보라에게는 언감생심의 의상들이었을 터.


“정말 너무 좋았어요. 좋은 옷들이고 예쁜 옷들이었는데 더 좋은 건 혜수 언니가 입던 옷들, 혜수 언니가 주신 옷들이라는 거였어요. 후배 챙겨 주신 그 마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어요.”


웃기기만 한 공선영인 줄 알았더니, 코끝 '찡' ⓒKBS 제공 웃기기만 한 공선영인 줄 알았더니, 코끝 '찡' ⓒKBS 제공

13년 전에는 옷상자를, 이번엔 음료차를 선배 김혜수로부터 선물 받은 후배 황보라.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황보라 역시 음으로 양으로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고 산다. 이번 ‘좀비탐정’만 해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선 말이 없고 동생 공선지 역의 박주현에 대해서 내내 ‘홍보’했다. 누가 보면 박주현의 매니저이거나 소속사 홍보이사다.


“정말 괜찮은 배우거든요. 연기도 열심히 하지만 예뻐요. 기자님 보기에도 예쁘지 않아요? 이번엔 털털하고 억척스러운 역이라 잘 보이지 않는데 신체 조건도 좋아요. 잘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잘될 거예요!”


사람 황보라=배우 황보라 ⓒ황보라SNS 사람 황보라=배우 황보라 ⓒ황보라SNS

영화 ‘좋지 아니한가’ 때는 유아인이 잘돼서 좋다고, 더 잘될 거라고 기회만 되면 얘기하더니 이번엔 박주현이다. 배우 유아인은 이미 잘됐고, 박주현 배우도 잘되리라 믿지만, 배우 황보라가 더욱 잘됐으면 좋겠다.


‘명품 조연’ 꼬리표로는 아까운 황보라다. 아직 괴물 같은 연기력을 꺼낼 기회가 없었다, 작품을 위해서도 시청자와 관객을 위해서도 꺼낼 때가 됐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얼굴과 신체 근육을 자유로이 쓰고,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 정도는 우리가 안다.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얼굴인지, 얼마나 깊은 내공을 지녔는지를 다 같이 보고 싶다. ‘좋지 아니한가’로 받았던 신인상 트로피들 옆에 연기상이 놓일 ‘가까운 미래’를 응원한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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