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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 외국 소송전문 로펌에 사냥터 제공"


입력 2020.10.22 16:16 수정 2020.10.22 16:1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경총 토론회…"기획소송 남용으로 국내 기업, 국가 경제에 타격"

2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22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에 사냥터를 제공해 주거나 기획소송 남발로 이어져 국내 기업들을 존폐 위기까지 내몰고, 이는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22일 경총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바람직한가’ 주제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입법예고된 두 법안(집단소송법 제정안, 상법개정안)의 취지가 피해자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는데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기업은 집단소송의 속성상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경영성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특히 “입법예고안에서 변호사가 제한 없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전문 브로커가 소송을 부추기거나 기획소송을 통해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도 우리 기업은 과중한 형사처벌과 행정제재, 민사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더해진다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소송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이 회사의 존폐위기까지 몰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제조물 책임법, 자동차 관리법 등 분야별로 20여 개 법률에서 상거래에 의한 피해 당사자인 소비자, 거래업자 등의 보호가 높은 수준으로 보장되어 있다”면서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제도의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하고, 향후 우리 경제와 소비자 문화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심도있는 연구와 토론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날 ‘집단소송법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한 한석훈 성규관대 교수는 “법안은 거액의 화해금을 노린 소송 남용의 길을 열어줘 외국 집단소송 전문 로펌의 사냥터를 제공함으로써 기업과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송 남발의 위험 부담이 큰 미국식 집단소송보다는 대안으로 현행 민사소송법상 공동소송과 선정당사자제도를 개선해 효율적으로 다수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소송에 의한 피해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상 단체소송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교수는 “집단소송법안이 초기 미국 집단소송제와 유사하게 설계됐다”면서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제기되면서 막대한 배상액, 광범위한 소송자료 제출 문제, 주가·회사 이미지 추락 등 기업에 대한 부담과 남소(濫訴)의 부작용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식 집단소송은 전문 변호사들이 패소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며 사건을 발굴하는 분쟁 해결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나 가능한 제도라는 게 한 교수의 지적이다.


윤석찬 부산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의 주요 내용과 문제점’ 발제에서 상법 개정안이 가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요건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악의에 찬 고의’로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입법으로 실손해액을 기준으로 일정 배수의 배상액을 부과하는 배액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주로 2배 내지 3배 한도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5배 한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과다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2008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Exxon사 선박의 충돌사고에 의한 원유 유출 피해자들에게 인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50억달러(약 5조원)에서 5억750만달러(약 6000억원)로 대폭 감액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실손해 배상과 징벌적 배상의 비율을 최대 1대 1로 본 것으로 최근에는 미국에서조차 지나치게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전형적 사례로 언급돼 온 1992년 맥도널드 커피 사건에 대해서도 “오히려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규제 논의를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건”이라며 “미국 학계에서는 19세기부터 과도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헌성 논의가 활발했고, 일부 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세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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