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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시장 쇼크①] '투자 사기' 휩쓸린 기업도 60곳…추정 피해액 2조원


입력 2020.10.21 05:00 수정 2020.10.20 17:34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법인·기관 등 1조5000억 넘게 펀드투자...오뚜기 등 150억원 넣고 물려

NH투자증권 4327억원 팔아...“기업들 적극 대응, 대규모 소송전 예상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태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모험자본을 기대하며 사모펀드 진입문턱을 낮췄는데 자격미달의 비전문가들이 사모펀드 시장에 난입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며 자본시장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벤처와 중소기업에 흘러들어가야할 돈이 권력형 게이트완 연루되며 눈먼돈으로 전락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사모펀드를 토대로 한단계 도약을 꿈꾸던 자본시장은 다시 신뢰 추락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 사태로 처해진 자본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1조원대 옵티머스 사기 판매에 유력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일파만파 연루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뉴시스 1조원대 옵티머스 사기 판매에 유력 기업과 공공기관 등이 일파만파 연루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뉴시스

‘제2의 라임 사태’로 불리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사건에 휘말린 개인과 기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조원 훌쩍 넘는 피해가 예상되는 '시장 쇼크'가 그야말로 금융투자업계를 뒤흔들 태세다. 펀드 관계자 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재계와 증권사, 공공기관, 학교 등이 연루되며 피해 범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태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대규모 소송 대란으로 번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 등을 통해 입수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법인과 개인 등 3000명이 넘는 가입자가 옵티머스 펀드에 1조5000억원 넘게 투자했다.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를 처음 판매하기 시작한 2017년 6월부터 환매 중단을 선언한 지난 6월까지 3년간 약 3300여 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상장사를 비롯해 60여개 기업이 옵티머스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를 가장 많이 한 곳은 한화종합화학으로 총 500억원이다. 이외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뚜기(150억원)와 제이에스코퍼레이션(150억원), BGF리테일(100억원)이 100억원 이상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고 HDC(65억원)와 한일시멘트·홀딩스(50억원), 넥센(30억원)도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에선 에이치엘비·에이치엘비생명과학(400억원), 에이스토리(130억원), 케이피에프(80억원), 안랩(70억원), JYP엔터테인먼트·NHN한국사이버결제(50억원) 등이 투자했다.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투자금 전액을 상환 받았고 한일시멘트·홀딩스와 케이피에프도 환매 중단 이전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그러나 60여 상장사 중 상당수는 환매 중단에 따라 투자금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상반기 실적에 투자 손실을 반영했다. 에이치엘비는 300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을 손실 본 것으로 처리했고 JYP엔터테인먼트는 40억원을 투자했다가 12억원을 손실 처리했다고 공시했다. LS일렉트릭은 자회사 LS메탈이 50억원 중 15억원을 손실 처리했고 넥센은 투자금 31억원 중 10억원을 평가손실로 반영했다.


투자자 명단에는 경영계 인사도 여럿 포함돼 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과 동일한 이름의 가입자가 110억원을 투자했다. LG그룹 일가인 허승조 일주학술문화재단 이사장(66억원), 구본식 LT그룹 회장 일가(40억원), 구광모 LG그룹 회장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억원)과 이름이 같은 가입자들도 돈을 넣었다. 유명 기업 및 오너 뿐 아니라 국내 공공기관과 대학도 옵티머스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봤다. 성균관대와 한남대, 건국대 등 유명 대학들이 각각 40억여원을 넣었고 한국전파진흥원과 한국농어촌공사 등도 거액을 투자했다.


손해를 본 기업들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손해배상을 받는 쪽을 추진하고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운용사 옵티머스를 상대로 법정 소송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이후 본격적으로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받을 우려가 있어 이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사건은 2017년 12월부터 운용·판매한 사모펀드에서 시작됐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하며 투자자들을 유인했지만 비상장기업의 부실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사실상 사기 펀드로 드러났다. 환매 중단으로 인한 피해자는 1100명, 피해 규모는 5151억원으로 추정된다. 라임 사태 피해액 1조6000여 억원을 포함할 경우 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펀드 관계자 4명을 구속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 경영진은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금융 당국 감시망을 벗어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펀드자금은 46개 펀드 총 5151억원 규모로 NH투자증권이 4327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았다. 이어 하이투자증권(325억원), 한국투자증권(287억원), 케이프투자증권(148억원), 대신증권(45억원), 한화투자증권(19억원) 등의 순이다. 특히 소송전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는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로비 의혹 등에도 휩싸인 상태다.


NH투자증권 측은 “펀드 운용상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관련자들을 즉각 검찰에 고발한 당사자임에도, 갖은 루머에 억지로 연결지어 언급되는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관련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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