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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승부수, 3조4천억 품질비용 아깝지 않은 이유


입력 2020.10.20 11:37 수정 2020.10.20 11:3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세타2 엔진 등 결함으로 대규모 충당금 설정…3Q 적자전환 전망

이슈 정면 돌파로 불확실성 해소…중장기 기업개선 가치 개선 기대

엔진 문제 딛고 신차·친환경차 판매 개선으로 경쟁력 제고 나설 듯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기아차가 세타2 GDI 등 엔진 결함에 대한 충당금 3조4000억원을 반영하기로 했다. 품질비용이 대거 적용되면서 3분기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분기 실적 반등은 어려워졌지만 그대신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고 품질 문제 우려를 덜어냄으로써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세타2 GDI 등 엔진 결함에 대해 총 3조39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그간 품질 문제가 제기된 엔진들에 대해 평생보증을 하기로 한 이후 예상 보다 제품 교환 사례가 늘어나자 충당금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세타2 GDI 엔진 충당금 반영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2018년 3분기 4600억원(현대차 3000억원, 기아차 1600억원), 2019년 3분기 9200억원(현대차 6100억원, 기아차 3100억원) 등 두 차례 세타2 GDI 엔진 리콜과 관련한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해왔다.


이번에는 앞서 반영한 충당금 규모를 크게 상회하는 품질비용이 반영된다. 현대·기아차가 대규모 충당금을 결정한 것은 엔진 교환 사례가 예상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또 충당금 반영 당시 산정했던 평생보증기간 역시 현실적인 재산정이 필요해지면서 세 번째 품질비용 설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세타2 GDI 엔진 외에도 고객 불만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기타 엔진(세타2 MPI·HEV, 감마, 누우)에 KSDS(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장착을 검토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관련해서도 추가 충당금을 설정했다.


이같은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현대·기아차의 3분기 실적은 예상과 달리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338억원, 기아차 5768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신차 효과 등으로 영업익 1조원 클럽에 복귀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세타2 GDI 엔진 관련 충당금과 코나EV 화재관련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연내 실적 반등은 요원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는 "향후 유사한 품질비용 이슈가 재발되지 않도록 향후 철저한 품질관리와 비용 예측에 대한 정확도 개선시켜 나가겠으며,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해 투자자 및 고객분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분기 반영되는 현대기아차 품질비용ⓒ현대자동차 3분기 반영되는 현대기아차 품질비용ⓒ현대자동차

보수적 충당금으로 불확실성 제거…신차 및 친환경차 앞세워 반등 노릴 듯


단기적으로는 악재를 맞았지만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업가치 개선 효과를 예상한다.


세타2 GDI 엔진 관련 추가 비용 리스크를 대거 떨어냄으로써 추가 비용 가능성을 크게 낮췄고 하반기부터 개선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판매실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충당금 설정 과정에서 현대·기아차는 2011∼2014년식 세타2 GDI 엔진 차량 운행기간을 12.6년에서 19.5년으로 재산정했다. 미국 차량 교체 주기를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산정, 불확실성 우려를 크게 낮췄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수적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엔진 관련 향후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신차를 앞세워 뚜렷한 판매 개선 기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기업가치 개선에 긍정적인 신호다. 신차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그랜저, 아반떼, 팰리세이트, 투싼 등의 인기로 4분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가 새 패러다임에 발맞춰 친환경차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을 출시할 예정이며 기아차 역시 이 플랫폼을 적용한 전용 브랜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수소차 역시 기술·상품성을 개발 중으로 친환경차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현대·기아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거 모든 부실을 떨어내는 빅배스(Big Bath)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부정적 요인 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큰 만큼 궁극적인 기업 가치 개선 이슈로 접근해야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당금 규모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분명하나 이번 일회성 이슈 이후 현대·기아차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적극적인 퍼포먼스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뚜렷한 개선세를 기대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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