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신한금융, 손실 처리한 대출 7000억…리스크 건전성 경고등


입력 2020.10.21 06:00 수정 2020.10.20 17:42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최대…코로나19發 여신 리스크 가중

실적 직격탄 불가피…순익 1위 타이틀 사수 핵심 변수 전망

국내 4대 금융그룹 대손상각비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 대손상각비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고객들에게 내준 대출에서 앞으로 돌려받지 못할 돈으로 보고 손실로 떠안은 비용이 올해 들어서만 벌써 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4대 금융그룹들의 관련 금액이 모두 4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출을 둘러싼 위험을 잠재우는데 상대적으로 큰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이 같은 출혈이 리딩뱅크 타이틀을 두고 벌이는 KB금융그룹과의 자존심 싸움에 최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들에서 발생한 대손상각비는 총 2조54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204억원) 대비 68.3%(834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손상각비는 금융사가 대출을 내줬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 처리한 비용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즉, 대손상각비가 확대됐다는 것은 금융사가 회수를 포기해야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 대출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금융사 입장에서 대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의 대손상각비 규모가 유달리 큰 편이었다. 신한금융의 대손상각비는 7215억원으로 같은 기간(5098억원) 대비 41.5%(2117억원) 늘며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 중 최대를 기록했다. 이 금액이 7000억원이 넘는 금융그룹은 신한금융이 유일했다.


다른 곳들의 대손상각비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아직은 모두 5000억원 미만에 머물렀다. 신한금융에 비해서는 2000억~3000억원 가량 적은 수준이다. 우선 KB금융의 대손상각비는 2867억원에서 4979억원으로 73.6%(2112억원) 증가했다. 우리금융 역시 1380억원에서 4277억원으로, 하나금융도 2858억원에서 4073억원으로 각각 209.9%(2897억원)와 42.5%(1215억원)씩 대손상각비가 늘었다.


이처럼 대출 정리를 위한 금융그룹들의 출혈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본격 확산된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대출 차주들의 빚 상환 여력이 악화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런 추세를 바라보는 금융사들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신한금융의 대손상각비 지출이 큰 까닭은 그 만큼 부실 대출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금융의 고정이하여신은 1조9087억원으로 KB금융(1조6618억원)과 하나금융(1조3022억원), 우리금융(1조2052억원) 등보다 액수가 큰 편이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신한금융이 대출 리스크 관리에 특히 애를 먹고 있는 곳은 중소기업 부문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중소기업대출에서 불거진 고정이하여신은 6920억원으로 KB국민은행(5475억원)이나 우리은행(4840억원), 하나은행(3436억원)에 비해 많았다. 신한금융이 보유한 전체 중소기업대출은 103조7103억원으로 국민은행(115조2381억원)보다 10조원 이상 적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이하여신은 오히려 1500억원 가량 많은 실정이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현실에 시선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는 대손상각비가 올해 성적을 판가름할 핵심 요인이 될 만큼 몸집이 불어났다는데 있다. 금융사의 대손상각비는 회계 상 영업이익에서 차감되는 탓에 실적 악화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신한금융은 최근 최대 라이벌인 KB금융과 순이익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실적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는 신한금융이 3조5424억원을 기록하며 3조3132억원에 그친 KB금융을 제치고 금융그룹들 중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순위 다툼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는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이 9495억원으로 KB금융(7389억원)보다 많았지만, 2분기에는 KB금융이 9925억원으로 신한금융(8927억원)을 제치는데 성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이자 마진 축소 등으로 인해 금융그룹들로서는 이익 확대가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여신 리스크 비용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을지가 올해 실적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