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투자했다 돈만 날려…크라우드펀딩, 상거래법으로 단속해야"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0.10.13 07:00  수정 2020.10.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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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짝퉁플랫폼 오명, 혁신 사라진지 오래

플랫폼‧사업자 불법행위 단속 손놓은 공정위

해외 명품 제품 그대로 베낀 사례 비일비재

유성원 변리사 "전자상거래법 적용받게 해야"

지난 8일 만난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가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준상 기자

국내 한 신발 브랜드가 제작했다는 수제 스니커즈는 와디즈에서 10여 만원에 팔렸다가 갑작스레 펀딩이 취소됐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부테로 카레라'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는 '짝퉁' 의혹을 샀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해당 제품 부실을 고발하는 영상이 수십 건 올라오기도 했다.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지난 8일 데일리안과 만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운영 현주소를 이렇게 설명했다. "초창기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해준다는 좋은 취지로 운영됐으나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기 시작했고 진짜 혁신 상품은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초기 크라우드펀딩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사업자에게 각광받아 왔다. 온라인플랫폼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고유한 특성 때문이다. 후원형(펀딩 대가로 제품 등을 받는 방식), 기부형, 대출형, 증권형 등 네 가지 형태가 있으며, 조달받은 자금으로 제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보상을 하거나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특성으로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도입 4년 만에 발행 규모가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유 변리사가 말하는 요즘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실상은 다소 충격적이다. "모조품 쇼핑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플랫폼에서는 사업자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이미 시중에 출시된 상품을 모방한 제품이 비일비재하고요. 더 큰 문제로는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불량이 있어도 소비자가 보호받기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크라우드펀딩 투자 피해 2년새 60배 급증
불량, 짝퉁 제품 받고도 소비자는 속수무책
해외 명품 디자인 그대로 베낀 사례 비일비재


유 변리사는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방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유 변리사 설명대로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관련 피해구제 요청 건수는 2017년 1건에 불과했지만 2018년 22건, 지난해에는 무려 66건으로 늘어났다.


투자를 해서 받은 물품에 하자가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회사원 박모 씨는 최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재활용 커피캡슐 제작업체를 후원했다. 기존 캡슐과 다르게 원두만 있으면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업체 말을 믿고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받아본 캡슐은 커피머신에 장착조차 되지 않는 불량 제품이었다. 제작업체와 플랫폼업체가 불량 상품에 대해 책임 떠넘기기를 하면서 박씨는 결국 투자금만 날렸다.


이같은 실태에 대해 유 변리사는 "크라우드펀딩 업체 대부분 제품 보증에 취약한 스타트업이다 보니 마감 처리, 품질 관리 등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대부분이 펀딩을 '매매'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어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투자라는 사실조차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플랫폼이 많다. 와디즈는 투자위험고지를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야 볼 수 있는 사이트 맨 아래쪽에 조그맣게 표시했다. 텀블벅은 투자위험고지서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판매업체 정보도 회사명, 이메일 주소, 홈페이지 주소, 연락처 등 기본정보가 전부일 만큼 부실하다.


이미 출시된 타사 제품을 모방한 '짝퉁' 제품도 만연해 있다. 앞선 이탈리아 명품 스니커즈 디자인 도용 사례처럼 아이디어 혁신 제품을 만들었다며 펀딩을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타사 제품의 기술이나 디자인을 모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외국 명품 제품이 주요 타겟이 된다. 유 변리사는 "미국 킥스타터와 같이 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히트를 쳤던 상품을 모방하는 사례가 적잖다"며 "해외 명품 디자인이나 뜨고 있는 디자이너의 제품을 모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어 "외국 업체나 디자이너들은 보통 한국에 특허권이나 디자인권을 확보해놓지 않아 한국의 지식재산권 등 법망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제품을 모방해도 '속지주의' 원칙 때문에 제지가 어렵다. 속지주의란 국가의 입법, 사법, 집행관할권을 자국의 영역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즉 외국 업체가 자국 이외 다른 나라에서 특허를 내지 않았을 경우 다른 나라에서 특허 침해가 발생해도 특허법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같은 행위에 대해 유 변리사는 일침을 날린다. 그는 "외국 아이디어를 베꼈는데 마치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을 이뤘다는 표현을 써서 투자자를 모집하는 건 일종의 사기"라며 "이 경우 허위 또는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에 짝퉁 제조국이라는 인식이 펴지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순수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에 부메랑이 돼 날아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자·플랫폼업체 불법행위 단속 사각지대
공정위 등 규제기관 단속 현행법상 효력상실
"펀딩도 전자상거래법 적용받도록 법 개정해야"


유 변리사는 크라우드펀딩을 전자상거래법 범주에 넣는 방법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유준상 기자

크라우드펀딩 투자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이유는 사업자나 플랫폼업체에 법적인 책임을 묻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 유 변리사는 "정부는 크라우드펀딩이 매매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해석함으로써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은 이유로 통신판매업을 관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이 문의한 결과 공정위는 크라우드펀딩이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은 아이디어와 연구개발(R&D)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상용화된 상품 개념으로 볼 수 없다"며 "품질, 모방 문제 역시 플랫폼업자와 입점 업체 간 약관을 둬 해결해야지 정부가 시장 원리를 거슬러 인위적으로 손대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문제는 행정부가 나서기보다는 미흡한 기존 법률체계에 구멍을 메워주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유 변리사의 생각이다. 그는 "엄밀히 말하자면 크라우드펀딩 문제는 사인 간 벌어지고 해결 역시 민형사상 조치가 필요한 분야라 행정기관이 규제를 동원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입법기관이 실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개정 법안을 내놔야 한다"고 국회 책임론을 강조했다.


유 변리사는 크라우드펀딩을 전자상거래법의 제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펀딩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하지만 실제로는 투자 배당을 받거나 재산 증식이 이뤄지지 않고 돈을 내고 제품을 수령하는 형태"라며 "이러한 체계를 전자상거래 일종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법을 정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현행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 G마켓, 옥션 등 쇼핑물과 같이 크라우드펀딩 내 불법행위 단속과 소비자 보호가 가능해진다.


'크라우드펀딩에 법적 제재를 가하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유 변리사는 단호하다. 모방 행위 단속을 통해 원 발명자 보호를 장려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혁신이 촉진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반대로 책임을 지지 않게 할 경우 불법행위를 겉잡을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유 변리사는 사업자가 펀딩에 앞서 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특허를 출원해놓으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은 크라우드펀딩 규모가 작아 분쟁이 불붙은 사례는 없지만 온라인 플랫폼 성장세와 함께 앞으로도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하면 크고 작은 특허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규모의 성장세에 비해 제도가 미흡한 현재로서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제품을 모방하는 업체가 나타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패는 특허를 출원해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원 변리사는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뒤 2004년 제41회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중국 로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2010년 5월 중국 상표권을 전문으로 하는 지심특허법률사무소를 설립해 대표변리사를 맡고 있다. 유 변리사는 굵직한 소송에서 연이어 승소하며 중국 상표권 분쟁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8년 특허청이 중국 상표 브로커에게 상표권 선점 피해를 당한 기업을 모아 추진한 '대규모 지재권 분쟁 공동대응 지원사업'에서 53개 기업을 대리해 53전 전승을 이끌었던 이력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제주도가 중국 상표 브로커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등록 무효소송을 대리해 승소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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