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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㉘] ‘시인이자 음악가’ 강백수의 아주 오래된 꿈


입력 2020.09.30 01:01 수정 2020.09.29 20:4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매달 한 곡씩 발매…1년 공들인 정규 3집 앨범 프로젝트 진행

ⓒ강백수문화사 ⓒ강백수문화사

“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입니다”


강백수는 몇 장의 음악 앨범과 에세이로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한 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의지처럼 음악과 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큰 공감을 받았던 시인이자 음악가다. 음악가로서는 2010년 EP앨범 ‘노래, 강을 건너다’로 첫 발을 디뎠고, 시인으로서는 2008년 시와 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오래 된 꿈이 ‘10집 가수’라고 밝혔다. 지난 1월부터 강백수는 정규 3집에 담길 수록곡들을 매달 한 곡씩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매달 발매된 결과물은 하나의 정규 앨범으로 만들어진다. 이제 3집을 내놓은 강백수가 10집, 그리고 그 이후로도 선보일 음악들을 통해 어떤 서사를 이어갈지 기대된다.


- 낭만적이면서도 지독히 현실적인 두 직업을 가지고 있죠.


그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직업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요. 노래를 지어 부르는 것을 좋아했지, 가수가 되려고 처음부터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고등학교 스쿨밴드부터 쭉 해오던 것이 어느 날 직업이 된 거예요. 시도 마찬가지고요.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고 교수님을 동경해서 습작을 시작했는데, 어느 문예지에서 입상을 하며 등단을 하게 되었어요.


- 가수 강백수와 시인 강백수, 그리고 사람 강백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남루한 현실을 만났을 때, 아니면 인생에서 인간적인 사건을 만났을 때 가수 강백수는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시인 강백수는 사건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분석하고요, 사람 강백수는 술을 마시며 웃고 울겠지요. 셋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모두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점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강백수문화사 ⓒ강백수문화사

- 벌써 꽉 채워 10년간 음악을 해왔는데,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나요?


커다란 성공 없이 10년을 버텨낸 것이 제게는 큰 자부심입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커다란 위기도 없었어요. 누구나 느끼는 실력적인 한계 정도만 느꼈을 뿐이지요. 부족할지라도 계속 새 앨범을 내고, 필요한 부분은 계속해서 배워나간 것이 10년을 버텨낸 비결입니다.


- 데뷔 당시와 지금,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을까요?


아직 초심을 잃을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처음 시작할 때처럼 즐기면서 해 나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만 한 곡이 나와서 초심을 잃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 2020년 매달 곡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1월부터 달려오고 있습니다.


정규앨범을 내면 타이틀 곡 한 두 곡만 주목을 받게 되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싱글을 내자니 정규앨범만 가질 수 있는 서사구조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웠고요. 그래서 정규앨범을 매달 한 곡씩 풀어서 발매하기로 마음먹었어요.


- 매달 곡을 내놓는 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기도 할 것 같은데요.


매달 발매를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한 점이에요. 그렇지만 녹음 방식이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방식 면에서 정규앨범을 만드는 방식을 접목했어요. 일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 번에 작업을 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불편을 최소화해서, 그래도 할 만 한 작업이 되었습니다.


- 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한 ‘런닝맨’은 어떤 곡인가요.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할만한 허탈하고 고독한 순간을 담아 봤습니다. 밤늦게 귀가해서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멍하니 TV 채널만 돌리고 있는 장면을 연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화면 속 사람들은 뭐가 즐거운지 깔깔대며 분주하게 뛰어다니는데, 나만 홀로 허기진 마음을 달래는 모습을 대비시켜보았어요.


- 앨범의 재킷도 굉장히 독특합니다. 구겨진 종이 위에 문자와 숫자의 배열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나요.


각각 강백수 3집, 트랙번호, 제목 등의 정보를 담았어요. 도서관 청구기호를 본떠서 만든 거죠. 노래 한 곡 한 곡이 각각 한 권의 책들처럼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었어요.


- 지금까지 낸 곡들 중 유독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요?


아직 1집 타이틀곡인 ‘타임머신’만큼 드라마틱한 곡을 쓰지 못한 것 같아요. 창작가로서 그동안 경험에 의존해왔는데요, 아직 인생에서 ‘타임머신’에 등장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순간, 아버지 사업이 실패한 순간만큼 극적인 순간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일상의 순간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보다 극적으로 그려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공개된 3집의 곡들과, 아직 미공개된 곡들에서 전반적으로 잘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평소 가사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사람들을 만나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빈번하게 내뱉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 안에서 요즘 집중하고 있는 제 생각의 화두를 찾아내고 메모합니다.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메모를 펼쳐서 바로 가사화 하거나 산문으로 풀어내기도 합니다.


ⓒ강백수문화사 ⓒ강백수문화사

- 이제 이 프로젝트의 후반부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낸 앨범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도 궁금합니다.


무사히 완주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좋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면에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계절이 가을, 겨울로 접어들며 보다 내면에 집중한 곡들이 나오게 될 겁니다. 날씨가 추워지며 헛헛해진 마음을 더 헛헛하게 느끼게 해드릴 쓸쓸한 곡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 프로젝트를 마치고, 그동안 낸 곡들을 하나의 앨범으로 모아놨을 때 어떤 감정이 들까요?


정규앨범의 묘미는 각각의 수록곡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서사에 있다고 생각해요. 의도된 것도 있지만 의도치 않은 유기적인 관계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런 것에 잠시 신기해하다가 바로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것 같아요.


- 코로나19로 무대에 설 수 없는 환경이 되었는데요.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체감이 클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지만, 그보다 무대에 대한 갈증이 큽니다. 어서 사태가 진정되어 다시금 관객 여러분들과 신나게 놀아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 가수 강백수의 최종 목표는 뭘까요?


한 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롤모델 중 고(故) 신해철 님을 가장 먼저 롤모델로 꼽고 싶어요. 음악에 담아낸 시대정신, 영향력을 가진 시민으로서 뱉어내던 소신 있는 발언들, 그리고 인디씬에 대한 애정까지. 배우고 싶은 부분이 참 많은 분입니다. 저도 차곡차곡 쌓아가는 창작물들을 어느 미래에 돌이켜보았을 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이 있는 음악가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10집 가수입니다. 오래된 꿈이지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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