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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되는 LG-SK 배터리 소송전…적정 합의선은?


입력 2020.09.28 06:00 수정 2020.09.26 16:11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ITC, 10월 26일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 최종 결론

양사 소송전-물밑 협상하며 배상금 규모 조율 가능성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SK그룹(왼쪽)과 LG그룹 로고.ⓒ각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분쟁이 내달 말 결론이 날 전망이다. 지난 1년 5개월간 치열했던 공격과 방어전이 일단락되면 양사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최종 판결에 앞서 양사가 합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합의금 규모에 대한 이견이 커 미국과 한국에서 법적 절차를 끝까지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월에 어느 한쪽이 승기를 잡는다 하더라도 미국 최종심까지 갈 경우를 고려하면, 소송전을 이어가면서 추후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기술 도용 여부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단이 내달 26일 나온다. 당초 ITC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판결일을 10월 5일로 예정했으나 3주 가량 미뤘다.


앞서 지난해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핵심 영업비밀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ITC는 지난 2월 SK 조기패소 결정(예비결정)을 내렸으나 SK의 요청으로 4월 전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과에 따라 양사의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현실화될 경우 SK는 배터리 소재를 원칙적으로 미국에 수출할 수 없고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가동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소송비용만 수 천억원이 투입됐고, 배상액만 수 조원으로 추산되면서 업계는 양사가 극적 합의에 나설 것으로 봤다. 그러나 배상액에 대한 양사의 주장이 워낙 극단적이어서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소송 초반부터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을 주장해왔다. 업계 의견 등을 종합하면 LG측이 원하는 배상액은 수 조원대다.


특히 199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LG가 배터리업계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해왔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LG화학은 지난해 투자비용 1조원에서 배터리에만 3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시장이 수백조원대의 거대 시장인 점도 작용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작년 530억달러에서 2025년 1670억원달러(200조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발전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글로벌 배터리업계도 유례없는 호재를 맞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LG화학의 올해 7월까지 성장률은 1년새 97.4% 뛰었다. 같은 시기 삼성SDI 52.6%, SK이노베이션 86.5%다. 3사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35%를 넘어선다.


반면 SK는 수 조원대 배상액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없는 상황에서 거액의 배상액을 일방적으로 내주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다.


SK 입장으로선 악의적으로 기술탈취를 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일 뿐 아니라 주주들에게 배임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있다. 또 후발주자로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 소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 조원의 배상액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크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서산 제2배터리공장 4~5호기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4.7GWh(기가와트·시)까지 확대했다. 이 외에 헝가리, 중국, 미국 등에서 설비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LG와 달리 아직까지 실적은 마이너스다. SK이노베이션은 분기당 1000억원 가량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일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감내하고 있지만, 소송전으로 예상치를 넘어서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게된다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상당 기간 흑자 전환이 요원해진다.


양사는 시장 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소송과 여론전을 지속하면서도 합의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일단 ITC 결정이 나오면 LG가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 결과도 이를 따르게 된다. 다만 패소한 측에서 항소를 할 경우 최종심까지 수 년이 더 소요될 뿐더러, 법정 다툼을 지속하는 사이 글로벌 수주 물량이 위축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양사 모두 강경 대응만을 고집하기 어렵다.


문제 해결 열쇠는 결국 배상금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다 글로벌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만큼 기술 탈취 여부에 대한 사과 등 대응 수준과 합의금액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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