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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안암동 도시재생뉴딜이 뭐죠? 고대 쌈짓돈 되는 거예요?”


입력 2020.09.24 05:30 수정 2020.09.23 21:08        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성북 안암, 올해 서울 지역 유일 1차 뉴딜 신규사업지 선정

사업내용 전혀 모르고 관심 없는 주민들, 학생들과 ‘동상이몽’

4년전 100억 들인 도시재생 체감 안돼…전문가 “주민참여가 핵심”

올해 1차 뉴딜 신규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에 관련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올해 1차 뉴딜 신규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에 관련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성북구 안암동은 올해 1차 도시재생 뉴딜 신규사업지 중에서 유일한 서울지역이다. 지난 23일 찾아간 이곳은 고려대학교 인근인 만큼 많은 청년들로 활기가 넘쳤다.


지하철역 입구와 마을 곳곳에 걸려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현수막은 마치 마을의 숙원사업을 이뤄내 모두다 기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정부는 지난 16일 올해 1차 도시재생뉴딜 신규사업 23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은 SH가 참여하는 중심시가지형으로,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와 연계해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대학타운형 사업이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내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안암동5가 17만1000㎡의 면적에 48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창업활성화, 주거안정화, 지역활성화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1차 뉴딜 신규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에 관련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올해 1차 뉴딜 신규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에 관련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하지만 형형색색 내걸린 현수막과는 달리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60대 주민 A씨는 “며칠 전 동네에 저런 현수막을 걸어놨는데, 도시재생에 관심 있는 주민들은 하나도 없다”며 “도대체 주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 건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다른 50대 주민 B씨는 “몇 년 전에도 이 동네에 100억원을 들여서 비슷한 사업을 한 적이 있다”며 “대학교 옆에 컨테이너 박스만 세워놓고 동네가 좋아진 건 하나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말해서 동네사람들은 이런 사업은 결국 나라에서 고려대에 쌈짓돈 쥐어주는 것으로만 보고 있다”며 “이미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주민들은 기대도 안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지난 2016년 추진한 도시재생 사업 ‘창조경제 캠퍼스타운’의 일환으로 지어진 ‘파이빌(π-ville)’ 모습.ⓒ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서울시가 지난 2016년 추진한 도시재생 사업 ‘창조경제 캠퍼스타운’의 일환으로 지어진 ‘파이빌(π-ville)’ 모습.ⓒ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100억짜리 도시재생…주민 “달랑 컨테이너박스 뿐” vs. 학생 “창업지원 유익”


이번에 선정된 안암동 뉴딜사업지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떨어진 곳은 이미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된 지역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시내 52개 대학가에 새로운 도시재생모델 ‘창조경제 캠퍼스타운’ 사업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대학이 자원을 제공하고 서울시가 계획수립부터 재정지원까지 공공지원을 해, 대학과 지역사회가 어우러지는 마을을 만들고 활력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서울시는 고려대에 2020년까지 총 100억원을 투입해 안암동 참살이길 주변으로 창업문화 캠퍼스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고, 이에 따라 창업지원센터 ‘파이빌(π-ville)’이 세워졌다.


파이빌은 대학이 교내 공간에 지식 창조를 위한 학생 전용공간을 만든 국내 첫 사례로 꼽히지만 지역주민들에겐 ‘100억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컨테이너 박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제 파이빌 건축비로는 17억원이 들어갔지만, 주민들 입장에선 도시재생 사업 후 이 건물이 새롭게 지어진 것 외엔 피부로 느끼는 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학생들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고려대 학생 C씨는 “파이빌은 학생들의 문화공간이나 창업지원센터로 쓰인다”며 “학생들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 D씨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질문에 “그런 사업 자체는 잘 모른다”며 “그런데 창업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면 스타트업 등을 생각 중인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은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한다. 주민들이 사업의 결과물을 체감하지 못 할 경우 앞으로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도시재생은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업이 돼야 한다”며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돼 버리면, 정부가 신뢰를 잃고 주민들의 참여율도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1차 뉴딜 신규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 주거지역 모습.ⓒ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올해 1차 뉴딜 신규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 주거지역 모습.ⓒ데일리안 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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