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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㉔] ‘킹키부츠’ 박가람 “스윙 역할, 분신술 쓰고 싶을 정도에요”


입력 2020.09.18 13:15 수정 2020.09.18 13:1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 '킹키부츠', 11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CJ ENM ⓒCJ ENM

예기치 못한 ‘이벤트’는 한 사람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 놓기도 한다. 수년간 꿈꾸던 장래희망이, 어떤 특별한 계기를 만나면서 한 순간에 뒤바뀌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올해로 뮤지컬 배우 데뷔 7년차를 맞은 배우 박가람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선생님을 꿈꾸는 평범한 이과 지망생이었다.


학창시절 그의 꿈을 바꾼 건 뮤지컬 ‘그리스’였다. 학교에서 단체로 뮤지컬을 관람한 이후 그 매력에 빠져 뮤지컬 전공으로 대학교에 진학했다. 작은 역할이라도 어디서나 존재감을 보여주는 박가람의 배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프리실라’(2014)를 시작으로 ‘풍월주’ 등의 작품에 출연했던 그는 지난달 21일부터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의 스윙으로 참여하고 있다.


- 꿈꿔왔던 뮤지컬 무대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사실 첫 무대에 대한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요. 아마 너무 긴장해서 아무 생각도 못 했던 거 같아요. 데뷔작인 ‘프리실라’는 정말 즐거운 작품이잖아요. 커튼콜 때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때가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그땐 ‘아 정말 내가 뮤지컬을 하고 있구나’하고 혼자 감격하곤 했어요. 하하.


- 데뷔 당시와 지금의 마음가짐 차이를 말씀해주세요.


제일 변한 건 확실히 책임감입니다. 제 역할을 분명히 해내고 고민하는 것이 달라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 책임감이 더 커져 잘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나이 서른을 넘기면서 조금의 여유와 뻔뻔함도 생겼어요.(웃음)


- 한 방향을 보고 달리다 보면,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있었죠. 가장 크게 슬럼프를 겪었던 시기는 2015년도였어요. 제가 2014년도에 뮤지컬 ‘프리실라’로 데뷔를 했는데, 그 후 졸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갔어요. 졸업 후에 오디션을 계속 봤는데 계속 떨어졌어요. 원래는 남과 비교하는 성격이 아닌데, 그 때는 늘 제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하며 힘들어했어요. 당시에는 희망이 없어 보였죠.


- 힘든 시기를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주변 친구들과 동료들 덕분이었죠. 힘들어 할 때마다 늘 ‘너는 잘 될 거야’ ‘네가 아니면 누가 해’라는 말로 저에게 항상 응원을 보내줬어요. 지금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고요.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 정말 고맙습니다.(웃음)


- 현재 참여하고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사실 제가 초연 때도 오디션을 봤었어요. 비록 떨어졌지만요. 하하. 꼭 참여하고 싶었던 작품이라서 끊임없이 도전했어요. 우선 음악이 너무나도 좋았고, ‘킹키부츠’가 주는 메시지도 너무 좋잖아요. 이 작품은 당연히 욕심을 내서라도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CJ ENM ⓒCJ ENM

- 18년에 이어 올해도 스윙으로 참여하고 계신데요. 스스로 느끼는 차이가 있나요?


제가 2018년도와 마찬가지로 팻, 트리시, 마지 롤의 스윙을 맡게 되었는데요. 그 때는 이 세 명만 보기에 급급했어요. 스윙 자체가 처음이어서 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운 좋게도 올해에도 스윙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연습을 하면서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이 좋은 공연을 나만 보다니’하는 마음에 너무 죄송할 정도였어요. 연습 내내 매일같이 감동을 받고 퇴근을 하곤 했어요. 감수성이 커졌는지 첫 리딩 때부터 울컥하더라고요. 눈물이 많아져서 큰일이에요.(웃음)


- ‘스윙’에 대해 잘 모를 대중을 위해 직접 설명해주세요.


출연 배우가 갑작스럽게 공연에 출연하지 못하게 될 때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입니다. 어떤 배역에 공백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스윙은 한 명의 배역이 아닌 많은 역을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한답니다.


- 스윙은 공연에 나오는 모든 배역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도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네, 맞아요. 리딩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되면 배우들에게 동선들과 무대 위에서 해야 할 것들을 설명해줘요. 그러면 저는 제가 맡은 역의 배우들을 모두 쫓아다니면서 같이 들어야 해요. 제일 난감할 때는 제가 맡은 세 명의 배역이 한꺼번에 설명을 받는 순간이에요.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난감할지 아시겠죠? 거의 귀는 거의 소머즈 수준이어야 해요.(웃음) 또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들으며 받아 적는데, 제 손은 또 왜 이렇게 느린지…. 그럴 때마다 ‘분신술’을 하고 싶을 정도라니까요? 하하.


- 스윙이 무대에 오른다는 건 두 가지 의미를 지니게 되죠.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그 기회가 생긴다는 건 배우 중 불가피한 공백이 생긴다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렇죠. 저희는 비상시에 투입이 되는 거라 스윙이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면 배우들이 모두 건강하고 아무 일이 없었단 거죠. 무대에 오르고 오르지 못하는 것보다,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관객들이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 이번 ‘킹키부츠’에도 스윙데이가 있을 텐데요. 기다리던 무대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요?


실수만 없길, 대사·안무·동선 헷갈리지 않길, 피해만 주지 않길…. 한 마디로 긴장의 연속이죠.


- 캐릭터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자신 만의 방법을 들려주세요.


우선 전체적으로 작품이 전달해야 하는 것들을 제가 먼저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각 캐릭터의 대사나 상황들로 성격이나 상태를 이해합니다. 이후 다른 캐릭터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감독님들과 함께 살을 붙여갑니다.


- 가장 보람을 느끼는 지점도 궁금합니다.


무대 위에 있는 것 자체로도 늘 보람을 느껴요. 너무 행복하거든요. 함께 즐겁게 공연하고 커튼콜 때 관객들과 만나는 모든 순간들이 좋아요.


- 기존에 했던 작품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아무래도 데뷔작인 ‘프리실라’가 애착이 가요. 지금까지도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은 남는 작품이에요. 그때의 그 에너지도 있었겠지만 지금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은 확신합니다. 하하.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무엇을 하던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싶고,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그 때 그 때 최대한 작품을 즐기고 싶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많은 배우들이 설 무대를 잃고 있습니다. ‘킹키부츠’도 공연 일정이 몇 차례 취소·변경되기도 했죠.


솔직히 책임감이 큽니다. 공연이 아니어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편이지만, 매일 뉴스를 확인하면서 조심조심하며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 모두가 함께 계속 노력하고 있기에 현재 공연이 무사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감사하게 임하고 있고, 관객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계속해서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게을러지지 않고 오랫동안 배우로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관객들에겐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고요.(웃음) 열심히 한 번 달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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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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