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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시대 한일관계⑪] 밀월기간 없는 한일 산업전선…해빙기는 언제쯤


입력 2020.09.17 07:00 수정 2020.09.17 05:0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민주당 출신 총리, 文정부와 절충점 찾기 힘들 듯

'소부장 자립화' 선언이 한일 관계 개선에 발목

"수출기업 피해 최소화 위해 패스트트랙 추진 필요"

일본 중의원은 16일 본회의를 열고 제99대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총재를 선출했다. 사진은 총리로 지명된 순간 일어서서 인사하는 스가 총재. ⓒ뉴시스 일본 중의원은 16일 본회의를 열고 제99대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총재를 선출했다. 사진은 총리로 지명된 순간 일어서서 인사하는 스가 총재. ⓒ뉴시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99대 일본 총리가 선출되면서 한일 양국 간 대립 중인 '수출규제'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독립화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재 흐름상 스가 정부가 대(對)한국 전략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양국 무역 관계가 재정립될 수도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이변없이 우익정당 인사가 총리에 선출되며 수출규제 갈등 해결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상적인 정권 이양이 아닌 자민당 내부 총재 전환이고 새 총리가 새로운 색깔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정치‧경제 대내외적 전략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게 통상 전문가들 중론이다.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지를 밝힌 이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아베 정권 정책 계승을 표방해왔다. 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양적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는 한일 무역 관계에 있어 이전처럼 강공으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한일 소부장 무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따른 수출 규제'를 두고 문재인 정부와 절충점을 찾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교 이래 최악의 한일관계로 몰아넣었던 아베 총리가 물러나며 기대감을 가질 법한 상황에도 한국 정부는 좀처럼 반색을 표하지 않는 점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16일 스가 총리가 취임했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정부가 포스트 아베 시대 역시 '일본 수출 규제에 대비한 홀로서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에 방점을 찍으면서 한일 산업전선 냉각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은 기본적으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연결된 문제이며 후임 총리 역시 자민당에서 나온 점을 고려하면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스가 총리 통상 방침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선 정부 전략은 변함없이 소부장 강화 대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소부장 제조시장 자립화가 상당히 진전된 만큼 일본과 관계 개선에 먼저 손을 내밀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으로 해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자 대일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 자립화를 위해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놨다.


소부장 홀로서기를 위해 예산도 비중있게 편성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 100개 핵심전략품목에 올해 1조7000억원, 2022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외 소부장 유망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고 세제‧금융 등 각종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난 7월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난 7월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 '소부장 자립화' 선언, 한일 관계 개선에 발목
수출기업 피해 최소화 위해 패스트트랙 추진해야


그러나 정부의 소부장 제조시장 자립화 선언이 무역 관계 경색을 더욱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에 시동을 걸며 "소부장 해보니 되더라. 일본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대외적 공표가 추후 한일 무역 관계에 개선 여지가 열리는 상황이 오더라도 움직이기 쉽지 않게 자신의 발목을 묶어놓는 행위였다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웨이 사태 등 글로벌 벨류체인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일본이 수출 규제에 변화를 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일본은 스스로 채택한 무역 규제에 대한 입장을 한번도 번복하지 않았는데 이는 국제 교역에 지장이 없었다는 것"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조급함이 감지되는 쪽은 한국이다. 국제 벨류체인이 엉클어지면서 피해는 국내 기업이 보고 있다"며 "거시적으로 소부장 무역과 국제 벨류체인에서 납품을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정치적 갈등으로 야기된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수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통상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있는 만큼 정부가 완화된 통상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펜데믹에 놓인 상황에서 이미 8년 가까이 아베 내각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재정 확대와 금융 완화를 유지해온데 따른 후유증과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스가 총리가 위기 상황에서 당장은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겠지만 적극 재정 기조는 유지하되 지출 개혁과 혼합된 보다 온건한 접근법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따른다.


한국 정부가 수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맺은 '기업인 특별입국(패스트트랙)'을 일본과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아베 총리보다는 합리적이라고 평가받는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된다면 (일본 통상을 담당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도 지금보다는 한국에 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일 통상 당국 실무진에서 패스트트랙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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