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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올드무비⑩] 인 더 하우스, 매혹의 ‘(다음 편에 계속)’

  • [데일리안] 입력 2020.09.13 10:02
  • 수정 2020.09.14 22:17
  •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영화 영화 '인 더 하우스' 스틸컷 ⓒ찬란 제공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는 매우 기발하다.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단편들을 보며 매료됐고, 2000년을 전후해 나온 장편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는데 특히 ‘스위밍풀’ ‘8명의 여인들’에 열광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보고 또 봐도 처음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프랑소와 오종이건만 ‘감독탐구’ 코너로 소개할 엄두가 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발하다’에 더해 설명을 이어갈 재주가 없고, 영화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 천재의 ‘스타일’을 파악할 능력이 없다.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영화든 관람을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는 것이고, 다시 봐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무척 쫀쫀해서 다음, 그다음이 계속 궁금한 탓에 멈추기 어렵고, 예상되는 전개가 아니기에 푹 빠져 보느라 세부사항을 온전히 기억하지 못해 다시 볼 때 새로이 재미있다. 해서, 아무리 재주와 능력이 부족해도 ‘올드무비’에 한 편이라도 소개하고픈 욕심이 생기는 게 프랑소와 오종이다.


어떤 영화가 좋을까.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신의 은총으로’, 여장 남자와 레즈비언 성향의 여자가 가족이 되는 과정을 도발적으로 그린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2014), 익숙한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와 제라르 드 빠르디유가 나오는 코미디 ‘현모양처’(2010), 고심의 결과는 ‘인 더 하우스’(2012)이다.


클로드(왼쪽)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는 제르망 ⓒ찬란 제공클로드(왼쪽)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는 제르망 ⓒ찬란 제공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세 가지다. 극 중 공립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국어선생님 제르망이 제자 클로드에게 소설 작법을 가르치는데 정통 교육법이기도 하지만, 마치 프랑소와 오종이 시나리오를 써나가는 방식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로 이 엿보기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는데, 몰래카메라 등으로 점점 수위가 높아가는 ‘관음증’에 대한 경고다.


마지막 이유는 제르망 역할을 한 파브리스 루치니인데, 최근 넷플릭스에서 프랑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재미있게 봤고 시즌2-2화의 주인공이 그였다. 드라마에 실명으로 등장한 루치니는 ‘권태’에 빠져 있다가 다시 배우로서의 생기를 되찾는데, 영화에서도 권태로움에 빠져 있다가 재능 있는 소년 클로드를 만나 그의 글을 읽으며 생기를 띤다. 그런 우연의 겹침이 재미있어서 ‘인 더 하우스’를 덥석 물었다.


권태에 빠진 제르망과 아내 쟝, 그들을 깨우는 클로드의 글 ⓒ찬란 제공권태에 빠진 제르망과 아내 쟝, 그들을 깨우는 클로드의 글 ⓒ찬란 제공

소설을 출간한 적도 있지만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느끼는 제르망, 문학을 가르치고 싶어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자원하는데. 학기 첫 번째 과제로 학생들이 제출한 ‘지난 주말 이야기’를 읽으며 형편없다고 혀를 찬다. 눈에 띄는 글 하나, 클로드라는 학생이 같은 반 친구 라파의 집에 놀러 간 얘기를 썼는데 문장과 어휘력이 좋고 무엇보다 흡인력이 있다. 글 마지막에 쓰인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문구가 흥미를 돋운다.


두 번째 숙제는 제르망이 제시한 특정 형용사들을 사용해 글쓰기. 클로드는 과제물인 동시에 라파의 집과 가족을 관찰한 이야기 2탄을 제출한다. 여지없이 이어지는 ‘(다음 편에 계속)’. 제르망뿐 아니라 아내 쟝도 클로드의 글을 기다린다. 해고 위기를 느끼며 불안한 마음으로 근무 중인 갤러리, 자신과의 관계보다 제자의 글에 몰두하는 남편보다 클로드의 글이 훨씬 재미있다.


아예 소설 속으로 들어온 제르망, 이를 알 수 없는 라파(오른쪽) ⓒ찬란 제공아예 소설 속으로 들어온 제르망, 이를 알 수 없는 라파(오른쪽) ⓒ찬란 제공

영화에서 클로드의 소설은 제르망의 글 읽기나 클로드의 내레이션으로 우리에게 들려온다. 그리고 글의 내용 그대로가 라파의 집에서 영상으로 그려진다. 영상 액자소설과도 같은 장면에 때로 제르망이 등장, 소설 속 현장에서 클로드를 지도하기도 하는데 등장인물인 라파네 가족은 이를 못 보고 못 듣는 설정이다. 때로는 클로드가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작가처럼 소설 장면에 등장해 소설의 문장을 읽기도 한다.


제르망과 아내 장은 클로드의 글에 중독된다. 이 중독이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지 모른 채 다음 편을 읽고 싶어 안달이다. 특히 제르망이 그렇다. 글씨기 지도를 빌미로 계속해서 글을 써오도록 부추긴다. 지속적 글쓰기에 대한 독려 같지만, 클로드의 글을 통해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에 빠져 선을 넘어선다. 클로드는 수학 공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라파의 집을 편히 드나들고 있는데, 이번 수학시험에서 라파가 낙제를 받으면 더이상 갈 수 없고 그러면 글을 계속 쓸 수 없다며 제르망을 압박한다. 제르망은 수학 시험지를 훔쳐 클로드에게 건넨다. 뿐만이 아니다. 이야기의 극적 전개, 캐릭터의 입체화를 종용하는데 그것은 결국 클로드의 위험한 행동을 부추기고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두 사람의 관계엔 모짜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는 살리에르 같은 일면도 있다.


프랑소와 오종 감독(왼쪽)과 배우 파브리스 루치니 ⓒ찬란 제공프랑소와 오종 감독(왼쪽)과 배우 파브리스 루치니 ⓒ찬란 제공

프랑소와 오종은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관객을 엿보기, 관음에 동참시킨다.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말과 함께 글이 끝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어서 다음 편이 이어지길 바란다. 이야기가 어찌나 흥미로운지 ‘막장드라마’의 다음 회차처럼 궁금하기 짝이 없다. 오종 감독이 관객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관람의 재미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영화의 결말, 엿보기에 빠진 제르망에게 닥치는 비극 앞에서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모든 것을 잃는 제르망의 비극은 흥미롭게 남의 집 안에서(인 더 하우스) 벌어지는 은밀한 사생활을 재미있게 엿보던 우리에게 내려지는 철퇴이기도 하다. 엿보는 달콤함이 클수록 대가도 커지고, 깨달음도 모골송연하다. ‘인 더 하우스’의 엿보기, 클로드의 글이 더욱 재미있어야 했던 이유다.


영화 속에서 제르망이 끌로드에게 아라비안나이트 왕 얘기를 한다, 얘기가 재미없으면 가차 없이 지은이를 죽였다는 왕. 마치 프랑소와 오종은 그런 왕국에 사는 재담꾼처럼 다채로운 색감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천재가 들려주는 천일야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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