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업이 뛴다-16] 기아차, '플랜 S' 앞세워 미래차 시대 선제대응


입력 2020.09.14 07:00 수정 2020.10.01 06:1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전기차 11종 라인업 구축…친환경차 판매비중 25%까지 확대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전기차·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PBV 사업 확대

서울 양재동 기아자동차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양재동 기아자동차 본사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아자동차는 경쟁사였던 현대자동차와 한지붕 아래 함께하게 된 이후에도 독립적인 브랜드를 유지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협력자이자 경쟁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회사다.


통상 같은 기업집단 내 2개 이상의 자동차 브랜드가 있더라도 럭셔리-대중, 승용-SUV 등으로 사업 범위와 타깃층이 확연히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현대-기아차처럼 거의 유사한 제품 라인업으로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현대차와 안으로는 R&D(연구개발) 등의 성과를 공유하고 대외적으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권을 제공하며 독자적인 브랜드로 좋은 성과를 이뤄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차별화되는 기아차의 경쟁력으로 ‘디자인’을 꼽고 있다. 현대차의 디자인이 다소 모험적이라면 기아차는 일찌감치 디자인 정체성을 정립해 대중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기아차의 주력 차종 역할을 하고 있는 3세대 K5와 셀토스, 4세대 쏘렌토, 4세대 카니발 등이 대표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007년 기아차의 사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일궈 놓은 ‘디자인 기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현대차와는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과시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놓고 있다.


기아차는 CASE(연결성·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 트렌드 변화에도 대응해 독자적인 사업 전략을 마련해놓고 있다. 2025년까지 29조원이 투자되는 ‘플랜 S’가 그것이다.


기아자동차 '플랜 S' 개념도.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플랜 S' 개념도. ⓒ기아자동차

기아차가 올해 초 발표한 ‘플랜 S’는 기존 내연기관 위주에서 ▲선제적인 전기차(EV) 사업 체제로의 전환과 동시에, 선택과 집중의 방식으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혁신 및 수익성 확대를 도모하는 게 핵심이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2025년 전 차급에 걸쳐 전기차 11종 풀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점유율 6.6% 및 친환경차 판매 비중 25%를 달성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에는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전기차 50만대, 친환경차 10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 등 제품 차별화와 함께 생산, 판매, 서비스 등 전사 혁신 체계 구축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 확보에 주력한다. 내연기관 차량의 제조 역량을 토대로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선 전기차 사업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래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전기차에 특화된 디자인, 사용자 경험, 품질 등 차별화된 상품성을 갖춘 혁신적 전기차를 개발, 선제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자동차 전기차 전략 목표.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전기차 전략 목표. ⓒ기아자동차

기아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되며, 승용과 SUV의 경계를 허무는 크로스오버 디자인, 미래지향적 사용자 경험, 500km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 20분 이내 초고속 충전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이 집약된다.


전기차 라인업은 충전시스템 이원화(400V/800V) 등 고객 요구에 맞춰 상품성을 차별화한 고성능의 ‘전용 전기차’와 보급형의 ‘파생 전기차’를 동시에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할 계획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환경 규제, 보조금 규모, 인프라 등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는 만큼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추진한다.


국내를 비롯한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은 연비 규제 대응,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고려해 2025년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판매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등 전기차 주력 시장으로 육성한다.


신흥시장은 전기차 보급 속도를 감안해 선별적인 전기차 투입을 검토하고,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확대에 중점을 둔다.


특히 혁신적인 ‘전기차 아키텍처(차량 기본 골격)’ 개발 체계를 도입해 시장 요구 사항을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고객 가치 중심의 기획-개발-생산 체제를 확립한다.


전기차 판매 방식의 혁신도 모색한다. 전기차 라이프 사이클의 통합 관리를 통해 고객들의 구매 부담을 완화하는 맞춤형 구독 모델,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렌탈/리스 프로그램과 중고 배터리 관련 사업 등도 검토 중이다.


기아자동차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 방향.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 방향. ⓒ기아자동차

기아차는 또,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서 환경오염 등 글로벌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전기차·자율주행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량 공유, 전자상거래 등의 확대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시장에서 선도적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미래 비전으로 밝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PBV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으로 구성된다.


기아차는 글로벌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전기차·자율주행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전자상거래 활성화, 차량 공유 확대 등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PBV 시장에 진출, 신규 기업 고객군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환경 오염, 전기차 보급 확대 등에 적극적인 글로벌 대도시에서 지역 사업자 등 현지 파트너들과 함께 전기차 충전소, 차량 정비 센터, 각종 편의시설 등이 갖춰진 ‘모빌리티 허브(Hub)’도 구축한다.


모빌리티 허브는 환경 규제로 도시 진입이 불가한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환승 거점으로 활용되며, 기아차는 향후 충전소, 편의시설 등 모빌리티 허브 내 인프라를 이용한 소규모 물류 서비스, 차량 정비 등 신규 사업 모델도 발굴한다.


장기적으로는 모빌리티 허브를 통해 확보된 도시 거점 내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수요응답형(on-demand) 로보셔틀 등을 운영한다.


기아차는 개인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차량을 단순히 용도 변경하는 수준에서 탈피해 기업 고객 등을 대상으로 한 PBV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산업 수요의 약 5% 수준인 운송, 물류, 유통 등 기업 고객들이, 전자상거래, 차량 공유 등이 확산됨에 따라 2030년에는 약 25% 가량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먼저 핵심 고객 확보를 통한 시장 선점을 위해 PBV 상품 고도화에 집중한다.


니로EV, 쏘울EV 등 기존 차량에 별도 트림을 운영하는 과도기를 거쳐, 차량 공유 서비스 전용차, 상하차가 용이한 저상 물류차, 냉장·냉각 시스템이 적용된 신선식품 배송차 등 타깃 고객 전용 PBV를 개발, 공급할 계획이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되는 시점에는 초소형 무인 배송차, 로보택시 등 통합 모듈 방식의 ‘스케이트보드(Skateboard)플랫폼’ 기술 등이 적용된 전기차·자율주행 기반 맞춤형 PBV로 사업 모델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는 그동안 현대차와 주요 기술과 부품을 공유하면서도 소비자 접점에서는 독립적인 전략으로 선의의 경쟁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주요 기술을 공유하되, 대외적으로는 현대차와 치열하게 경쟁하며 함께 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