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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의 혜윰] 홍남기 부총리의 비겁한 변명


입력 2020.09.14 07:00 수정 2020.09.13 20:25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반포자이 ‘체리피킹’ 논란 해명에도 시장 반응 냉소적

수억 낮게 거래된 아파트, 같은 사례 다른 해석 비난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보여주는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제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집값이 잡히고 있다는 통계를 보고 서울 강남 부동산 몇 곳을 취재했다. 반포자이 인근 부동산도 그중 한 곳이었다. 중개사들은 통계와 현실은 다르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급한 다주택자들은 대부분 집을 정리했고, 현재 집주인들은 호가 아니면 집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포자이 집값이 4억원 떨어졌다”고 발언하기 하루 전날 이야기다.


“전용 84.94㎡가 7월 초 28억5000만원에서 8월 24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홍 부총리는 지난 8일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의 실거래가 하락 사례 중 하나로 반포자이를 들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공인중개사들이 주관적인 해석을 내놓았을 가능성은 물론 있다. 국토교통부에 올라온 실거래가는 객관적이다. 7월과 8월 반포자이 같은 평수 매매건 8건은 모두 27억~28억원대로 실거래됐다.


정부가 유리한 통계만 사용하고 있다는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내는 행위) 논란을 피해가기 힘든 상황이다. 반포자이 24억원 거래도 결국 정상거래가 아닌 법인 특수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실수였다고 인정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며칠 뒤 홍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했다. 가격이 하락한 실거래 사례가 있다는 점을 국민과 시장에 알려드리기 위한 예시였다고 했다. ‘비겁한 변명’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시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반포자이 집값 하락 사례의 문제점은 또 있다. 불과 보름 전인 지난달 26일 홍 부총리는 시세보다 약 3억원 저렴하게 거래된 용산구 아파트 사례를 ‘이상거래’로 의심해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에 의해 적발된 것인데 6개월 전 14억80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를 언니가 동생에게 11억5000만원에 팔았다는 이유다. 이 역시 친족간 특수거래. 같은 사례가 하나는 불법행위요, 하나는 집값 하락의 신호로 사용됐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것이냐’며 국민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백번 양보해 일련의 사건이 홍 부총리에게 억울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싸늘한 반응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국민들은 정부 정책에 불신만을 보내고 있을까. 정부는 급급한 해명에 앞설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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