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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LCC 고육지책…‘사람 대신 화물’ 성공할까


입력 2020.09.10 14:12 수정 2020.09.10 14:15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코로나19로 여객 수요 부진 타개책으로 추진

새로운 돌파구 마련 기대 속 리스크·한계 뚜렷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항공기가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화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여객 의존도에서 탈피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규모와 노하우의 한계 속에서 수요 변동 리스크까지 안아야 하는 터라 쉽지 않은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가 내달 중순 여객기를 화물전용기로 개조하고 티웨이항공이 여객기의 화물기 운항 전환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LCC들이 화물 운송 사업 확대에 나서는 양상이다.


진에어는 국내 LCC 중 유일하게 보유한 대형 여객기 B777-200ER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할 예정으로 우선 내달 초 추석연휴까지 여객 운송에 투입된 이후 기내 좌석을 철거하고 안전 설비를 장착하는 등 개조 작업에 들어간다.


화물 전용기로 개조, 전환되면 기존 벨리 카고(Belly Cargo·여객기 내 화물칸 활용) 방식보다 탑재 규모가 10톤 가량 늘어나 25톤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B777-200ER은 총 좌석수 393석, 최대 운항 거리가 1만2610km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여서 기존 타이베이 등 아시아지역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 지역까지 커버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여객 수요 대신 화물 사업을 강화하며 실적 방어에 나선다는 구상으로 국토부 승인 단계가 필요해 구체적 운영 시점은 작업 진행 일정에 맞춰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진에어 777-200ER.ⓒ진에어 진에어 777-200ER.ⓒ진에어

이미 한진그룹 내 관계자로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이 지난 8일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을 처음으로 미국 화물 노선(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투입하며 적극적으로 공급 확대에 나선 터여서 동반 화물 사업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기 운항을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이는 하반기 화물 운송 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조만간 국토부로부터 운항 목적 변경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진에어와 달리 화물기로 완전 개조하는 방식이 아닌, 승객용 좌석은 그대로 둔 채 기내 공간에 화물을 싣는 방식이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기내 수하물 보관함(overhead bin)을 활용하고 여객기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과 같은 방식으로 기내에 화물을 최대한 실을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화물기로의 전면 개조보다는 기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면서도 "국토부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여객기의 화물기 전환 운항 시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 1위 제주항공도 공항에 남아 도는 여객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으로 화물기로의 전환도 그 중 하나다.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 수요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화물 사업 강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LCC업계가 부진한 여객 수요의 대안 차원에서 여객기의 화물기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항공 화물 수요가 변동이 극심해 관련 운임의 등락 폭이 커 리스크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부진한 여객 수요를 화물사업 강화로 대응 방어하면서 2분기 깜짝 흑자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일시적인 화물 운임 폭등에 기인한 것으로 변수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대형항공사와 달리 LCC들은 대부분 항공기 기재가 중소형기에 치중돼 있어 화물기로 전용에 따른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에어를 제외하면 나머지 LCC의 경우, 주력 기종인 B737-800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인데 이는 총 좌석 수가 189석, 최대운항거리도 5376km로 규모나 거리 모두 B777-200ER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티웨이항공 항공기.ⓒ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 항공기.ⓒ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이 화물사업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화물기로의 전면 개조보다는 여객기 기내 공간의 활용 최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한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기로의 개조 여부와 관계없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과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모두 한정되다 보니 대형항공사에 비해 사업 확대의 한계가 뚜렷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객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뭔가 다른 시도를 해야 한다는 데는 전 LCC가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화물기로의 전환만이 유일한 방법인지에 대한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철저히 여객사업에만 의존해 온 LCC들이 다소 낯설 수 밖에 없는 화물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LCC들도 국내와 아시아 등 근거리 지역을 중심으로 벨리 카고(Belly Cargo) 방식의 화물 사업을 영위해 오긴 했지만 여객 중심이어서 화물 운송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노하우 등 역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에 비해 크게 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화물 사업은 단지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그동안 여객 위주로 사업을 해 온 LCC들이 화물 사업 확대를 통해 기대하는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개조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내부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대한항공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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