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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범죄극에서 로코·SF 판타지까지…변주된 사이코패스


입력 2020.09.07 00:00 수정 2020.09.06 20:3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서예지, 조승우, 이준기, 주원ⓒtvN, SBS 서예지, 조승우, 이준기, 주원ⓒtvN, SBS

사이코패스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꾸준히 미디어에서 사이코패스의 공감과 죄책감 결여, 극단적 자기 중심적인 특성을 살려 극 중 사건의 기폭제로 다뤘기 때문이다. 다만 주로 범죄 드라마에서 활용되던 사이코패스의 활용이 이제는 로맨스, SF 판타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임이 확장되고 있다.


프로파일러들은 사이코패스가 반드시 범죄자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달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극악무도해보일 수 있는 사이코패스가 역설적으로 시청자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은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지만 문강태(김수현 분)와 사랑을 하며 결핍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악의 꽃'의 도현수 캐릭터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연쇄살인마이자 사이코패스 아버지 도민재(최병모 분) 밑에서 자라며 감정을 거세 당했다. 누나가 마을 이장을 죽인 죄와 살인자 아버지와 공범이란 누명을 쓰고 잠적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며 차지원(문채원 분)과 결혼하며 모든 삶을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도현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공범 추적에 나서며 극을 흔들고 있다. '악의 꽃'은 흔히 그려져온 사이코패스 인물이 범죄자가 아닌,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 위험에 뛰어드는 구조를 선택한 것이다. 사이코패스를 또 다른 가능성과 살짝 비튼 시선으로 바라보며 참신함과 힘이 실렸다.


현재 방영 중인 tvN '비밀의 숲2'와 SBS '앨리스'는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보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이 좁은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장르물인 드라마에서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을 여전히 사용하지만, 범인이 아닌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로 뒤집은 것이다.


'비밀의 숲2'의 황시목은 과거 뇌수술로 공감 능력을 상실한 캐릭터로,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만 하면서 극을 끌어간다. 감정이 없기 때문에 정, 외압, 전관예우 등에도 꼼짝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황시목의 흔들림없는 정면돌파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비밀의 숲2' 인기요인으로도 풀이된다. 시청자들은 황시목을 '지옥에서 온 막내'라고 부르며 실제 사회에서는 보기 힘든 곧은 신념을 응원하고 있다.


'앨리스'의 주원은 SF 판타지에서 무감각증 형사로 박진겸으로 등장하는데, 그의 무감각증은 시간여행을 하는 엄마 박선영(김희선 분)이 임신한 채로 웜을 통과해 낳은 부작용이다. 아직 3회 밖에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1992년, 2020년, 2050년을 시간여행하는 가상의 배경 속 박진겸의 무감각증 설정이 어떤 임팩트로 시청자에게 다가갈지가 앞으로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이처럼 사이코패스의 변주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기기도 하지만, 일부는 사이코패스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잇따른다. 현실에서 사이코패스는 위험한 인물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드라마에서 어떻게 고민해 활용할 지는 제작진의 몫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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