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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파업 찬반투표 돌입…상생이냐 공멸이냐


입력 2020.09.01 11:59 수정 2020.09.01 13:0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미국시장 트랙스 판매 호조로 생산물량 확대 시급

노조 UPH 확대 반발 작업중단…간만에 생긴 일감 날릴 수도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GM 노동조합이 1일부터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투표가 가결되고 집행부가 파업을 최종 결정할 경우 최근 수출물량 회복을 계기로 부진 탈출에 안간힘을 쓰던 회사의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한국GM노조)는 쟁의권 확보를 위해 이날부터 이틀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이번 주 중으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할 예정으로, 중노위에서 조정중지가 결정될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갖는다.


파업 찬반투표에서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조합원의 비율이 절반을 넘기면 노조 집행부는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거쳐 파업을 단행할 수 있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8일까지 7차례에 걸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등 임금성 외에 지난 2018년 부도 위기 당시 자구계획 차원에서 이뤄진 복리후생 축소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당초 지난해 달성을 목표로 했던 흑자전환이 올해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큰 폭의 임금인상 등 인건비 급등 요인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단협 교섭 외에 회사의 생산성 제고 조치에 노조가 반발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회사측은 최근 미국에서의 소형 SUV 트랙스 주문 확대에 따라 부평 2공장의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기존 28대에서 30대로 늘리려 했으나, 해당 공장 조합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작업을 중단한 채 공장장실을 점거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사측은 “다른 공장에서는 60잡(UPH)씩 하는 곳도 있는데, 지금 부평 2공장 상황에서 32잡은 결코 무리한 작업량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전환배치 등을 통해 인원도 늘렸고, 노조와 충분한 협의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는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도 부족한 중차대한 시기에 조합원들을 무시하고 30잡 일방강행을 시도했다”면서 이를 ‘노조탄압’으로 규정했다.


노조는 또 지난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3년간 무급휴직 대상이었다가 1년여 만에 조기 복직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휴직 당시 받지 못했던 복지혜택을 금전적으로 보전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사측은 무급휴직 당시 생계비용을 지급했고, 당초 3년이었던 휴직 기간을 단축해 최대한 빨리 복직시키는 등 군산공장 근로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압도적 가결로 사측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실력행사’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19 사태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으로부터의 주문량이 늘어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데 파업이 발생하면 실적 악화는 물론 글로벌 GM 내에서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2018년 부도 위기 당시 GM 본사로부터 자금 지원 및 신차 2종 배정을 받는 대신 자구노력을 통한 실적 회복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GM이 배정을 약속한 2종의 신차 중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부터 생산에 투입돼 한국과 미국에 판매하고 있지만, 다른 1종인 차세대 글로벌 CUV는 아직 배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GM은 미국에서 트랙스 주문이 늘면서 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이라며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 생산물량이 확보되는 게 얼마나 긍정적인 일인데, 파업이 논의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 트랙스가 소형 SUV 1위를 차지하는 등 분위기가 좋을 때 생산이 원활하게 받쳐 주면 GM 본사에도 좋은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한국으로의 물량 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 위기상황인 만큼 중노위도 관행적인 조정중지 결정으로 노조에 파업권을 부여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가 쟁의발생을 신고하고 쟁의조정을 신청한 뒤 열흘의 조정기간만 거치면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는 통상적인 관행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파업과 집회가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은 물론, 지역경제 및 코로나19 방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노위는 본연의 역할인 중재 노력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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